첨단 수영복 핵심은 "물과의 마찰 줄여라"

by조선일보 기자
2009.07.17 08:21:10

폴리우레탄 부착하거나 박음질 자국까지 없애

근육 움직임 돕는 기능 "부력 높인다" 논란도


[조선일보 제공] 지난달 5일 FINA(국제수영연맹) 홈페이지에는 '2009년 공인 수영복 리스트'라는 제목하에 26개사 387종의 수영복 모델명이 실렸다. 1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막하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입어도 괜찮은, 즉 세계신기록을 세울 경우 기록을 공인받을 수 있는 수영복 종류를 명시한 것이다.

최근 세계 수영계에선 바로 이 수영복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첨단 수영복'을 입는 것만으로 기록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과학기술이 만든 도핑(금지약물복용)'이라는 말까지 낳은 '첨단 수영복'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전신 수영복이든 하체만 가리는 반신 수영복이든 첨단 수영복의 핵심은 물과의 마찰로 생기는 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수영 담당 송홍선 박사는 "첨단 수영복은 신체를 타고 흐르는 물의 마찰저항, 물결을 헤칠 때 생기는 조파(造波)저항을 미세하게 줄여준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스피도사(社)가 NASA(미 항공우주국)의 도움을 받아 '레이저 레이서(수영복 명칭)'를 출시하면서, 수영복 경쟁은 불붙었다. 그 효과는 분명했다. 2008년 한 해에만 54개의 롱코스(50m 풀에서 하는 경기) 세계신기록이 나와, 이전 3년(2005~2007년)간 작성된 것(48개)보다 많았다.



연구에 따르면, 수영경기 중 마찰저항이 가장 큰 곳이 가슴 부분이다. 레이저 레이서 전신 수영복은 양쪽 가슴 부분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폴리우레탄 패널을 부착, 기존 수영복보다 24% 이상 마찰을 줄였다고 한다. 송홍선 박사는 "물에 떠 있는 오리의 깃털이 젖은 것 같지만 실은 방수가 되는 점을 연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수영복은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표면의 박음질 자국까지 없앴다.



첨단 수영복은 선수의 몸을 가장 수영하기 좋은 형태로 고정하고, 근육의 움직임을 돕는 역할도 한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코치인 밥 바우먼은 "힘이 떨어지는 경기 후반부엔 근육이 울리는 현상이 생겨 스피드가 줄어드는데 몸을 유선형으로 조여주는 첨단 수영복은 떨림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물론 첨단 수영복이 가슴을 조여 오히려 지구력과 부력에 부정적 효과를 준다는 주장도 있다. 펠프스는 출전 종목에 따라 수영복이 바뀌는데 베이징올림픽 때 자유형 200m에서는 전신 수영복을, 어깨 부분의 움직임이 많은 접영 200m에서는 반신 수영복을 입었다. 박태환은 "어깨 부분이 쓸리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반신 수영복(스피도)을 입고, 나머지 대표팀은 아레나 수영복을 입고 세계선수권에 나간다.



첨단 수영복이 부력(浮力)을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에 대해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알랭 베르나르는 지난 4월 남자 자유형 100m에서 46초94를 기록, 처음으로 47초의 벽을 깼다. FINA는 베르나르가 입은 수영복(아레나 X-글라이드)이 지나치게 부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기록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6월 X-글라이드를 뒤늦게 승인하면서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