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복싱' 유럽 강타

by조선일보 기자
2008.07.15 09:30:03

체스게임·복싱 번갈아 11라운드
2003년 시작… 훈련도장 큰 인기

[조선일보 제공] "4라운드에서 잔 펀치를 너무 많이 맞아, 5라운드에서 집중력이 흔들렸습니다. 상대방 말이 내 왕(king) 말을 향해 오는 걸 몰랐어요."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의 한 복싱 경기장. 링 한가운데에 체스판이 놓여 있다. 체스판을 뚫어지게 보던 니콜라이 사진(Sazhin·19)이 '장군'(checkmate)을 외쳤다. 상대 선수 프랑크 스톨트(Stoldt·37)의 머릿 속은 뱅뱅 돌았다. 전 라운드에서 맞은 펀치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이다. 스톨트는 결국 '멍군'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수학 전공 대학생인 사진이 2008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순간이었다.



이들이 하는 경기는 서양장기인 체스와 복싱을 결합한 신종 스포츠인 '체스복싱(chessboxing)'. 2003년 첫 경기가 열렸던 체스복싱은 이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현재 활동하는 프로 체스복싱 선수는 150여명. 세계체스복싱협회(WCBO)는 베를린, 런던, 소피아 등 유럽 곳곳에 훈련도장을 운영한다. 미국에서는 체스복싱이 실제 경기로서가 아니라, 자녀 교육용 스포츠로 주목을 받는다. WCBO는 "체스복싱은 21세기의 바이애슬론(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경기)이 될 것"이라고 타임에 밝혔다.

체스복싱은 체스 6라운드(각4분)와 복싱 5라운드(각 3분)의 총 11라운드로 진행된다. 1라운드의 체스 경기로 시작해 복싱과 번갈아 진행되며, 체스 중에는 관중의 훈수를 받지 못하게 선수들은 헤드폰을 낀다. 만화에서 힌트를 얻은 네덜란드의 예술가 이에페 루빙(Rubingh)이 2003년 처음 창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