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의 신중한 '컴백'

by조선일보 기자
2008.05.09 09:32:53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5년 만에 연출 복귀
TV 첩보물 '아이리스' 주요 액션 장면 직접 찍어
"할리우드 프로젝트는 8~9월쯤 윤곽 나올 듯"


[조선일보 제공] 강제규(46)가 돌아온다. 이병헌 주연, 최완규('올인' '주몽') 극본, 이형민('미안하다 사랑한다') 연출에 총 200억원 제작비로 화제를 모은 20부작 스파이 드라마 '아이리스'(IRIS)다. 당초에는 기획·제작자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이르면 9월부터 촬영 예정인 첫회 혹은 중요 액션 장면을 직접 찍기로 했다"고 처음 밝혔다.

그의 연출 복귀는 '태극기 휘날리며'(2003) 이후 무려 5년 만. 할리우드 연출 데뷔를 준비하며 2006년 2월 이후 미국 LA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가 일주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2008년 들어 첫 귀국이다. 7일 광화문에서 만난 강 감독은 단어 선택 하나에도 신중했고, 특히 할리우드 프로젝트 대목을 언급할 때면 더욱 차분하고 조심스러웠다.

―갑자기 드라마라니.

"사실상 '쉬리 2'다. '쉬리'가 1999년이었는데, 해외에서는 일본 반응이 특히 좋았다. 투자와 함께 속편 제안이 계속됐다. 제작은 내가, 연출은 다른 사람이 하기로 하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성에 차지 않았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24'나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가히 새로운 지평이었다. 우리 시나리오는 2시간짜리 영화로는 힘들었지만 TV 시리즈로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리스'(IRIS) 철자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쉬리' 비슷하다.

"(껄껄 웃으며) H가 빠지기는 했지만 정해놓고 보니 그렇더라. 뒤늦게 조감독이 그 얘기를 하더라. 운명이구나 생각했다."

―이 시리즈에서 강 감독의 역할은.

"기획과 제작. 그리고 중요한 액션 장면 일부를 연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의 내 영화 스케줄과 조정이 잘 되면 첫회를 전부 다 연출할 생각도 있다."

(제작사는 일본에서 강 감독의 연출을 수입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했다. 히트한 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J.J 에이브럼스도 기획과 1회 연출을 맡았었다.)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자. 다들 궁금해한다.

"(허허 웃으며) 확정되기 전에 말하면 실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여러 기대 부푼 예고가 있었지만, 할리우드에서 데뷔한 한국 감독은 아직 없다.

"사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벌써 내 영화 한두 편은 개봉했을 것이다. 단순히 연출만 해 달라는 제안은 스무 번도 넘게 받았고. 하지만 내 시나리오, 우리 제작으로 할리우드를 설득하는 일은 정말 많은 인내와 시간을 요구한다. (할리우드를 먼저 두드렸던) 이명세 감독이나 신철 대표가 힘들었던 이유를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사실 어떤 프로젝트인지 명쾌히 설명한 적도 없다.

"원래 '태극기…' 이전부터 준비하던 이야기다. 장르는 SF. 삼국유사 '조신설화(調信說話)'에 바탕을 둔 꿈과 현실의 이야기. 원형은 거기서 출발했지만 스토리는 다르다. 그리고 영어로 찍는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것."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

"8월이나 9월쯤에는 명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메이저 스튜디오 한 곳과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다. 제작비는 최소 6000만달러(약 600억원)는 넘을 것이다. 희망대로 일정이 풀린다면 내년 연말에 개봉한다."

―그러다 보니 '태극기…' 이후 벌써 5년의 공백이다. 할리우드, 후회는 없나.

"처음 미국에선 좀 조급했었다. 이젠 벼농사 하는 심정이다. 차분하게 준비해서 씨를 뿌리고, 농사짓는 기분.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많이 깨달았고 많이 배웠다."

―한국 영화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내수 시장만으로는 생존 불가능이라는 것. 관건은 관객의 다국화(多國化), 제작방식의 다극화(多極化)다. 물론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할리우드 말고 영화 만들기 좋은 여건을 가진 나라는 지구상에 한 곳도 없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분명 우리가 오만했다. 하지만 촛불이 꺼진 건 아니다. 불씨는 남아 있다. '아이리스 프로젝트'가 다행히 일본 쪽 반응이 좋다. 부디 꺼져가는 한류 불씨를 살리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20부작 TV 드라마로 이병헌의 5년 만의 TV 복귀작이기도 하다. 태원엔터테인먼트와 강제규필름 공동 제작. 첨단 첩보 스파이 드라마로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 시장까지 목표로 삼았다. 제작비는 총 200억원 규모. 러시아 시베리아, 일본 홋카이도, 미국, 중국을 가로지르며 9월부터 찍을 예정이다. 방송은 내년 상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