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 50년… 대중 속으로 녹아들다

by조선일보 기자
2008.05.02 09:07:10


[조선일보 제공]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의 1989년 데뷔 앨범을 명반으로 만든 곡은 단연 '춘천 가는 기차'다. 카바사(손바닥에 대고 돌려 쇳소리를 내는 악기)를 비롯한 라틴 타악기 리듬 위에 비음(鼻音)으로만 부른 이 노래는 지금 들어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당시 이 노래가 보사노바(Bossa Nova)였음을 안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밖에도 이정선의 '행복하여라', 조덕배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 역시 보사노바 문법을 따른 포크곡들이다.

모르는 사이 한국 대중음악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친 보사노바가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1958년 당시 31세였던 브라질 작곡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1994년 작고)은 희곡 '흑인 오르페'를 쓴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1980년 작고)의 가사에 새로운 형태의 곡을 붙여 발표했다. 제목은 '체가 데 사우다데(Chega de Saudade·슬픔이여 안녕)'. 여가수 엘리사테 카르도수가 부른 이 노래는 삼바 리듬을 동글동글하게 다듬고 보컬에서 감정을 줄여 흥겨움과 함께 쓸쓸함이 느껴지는 묘한 음악이 됐다. 이것이 보사노바의 탄생이었다.



'새로운 트렌드'란 뜻의 보사노바는 재즈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독일 재즈평론가 요아힘 E 베렌트는 저서 '재즈북'에서 "보사노바는 삼바와 쿨 재즈가 합쳐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쿨 재즈는 감정을 절제한 가벼운 느낌의 재즈다.

조빔이 보사노바를 탄생시켰다면 주앙 질베르투(77)는 아내 아스트루드와 함께 이를 전파하기 시작했고, 스탠 겟츠(1991년 작고)는 베스트셀러 음반 '겟츠/질베르투'로 보사노바를 세계에 퍼뜨렸다. 최초의 보사노바곡 '체가 데 사우다데'는 물론 '아구아 데 베베(Agua de Beber)', '걸 프롬 이파네마(Girl From Ipanema)' 같은 초대형 히트곡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리메이크되고 있다. 재즈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광고나 영화음악, 심지어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흘러나온 이 노래들의 멜로디를 알고 있다.

유럽으로 건너간 보사노바는 일렉트로니카와 결합하면서 '보사일렉트로니카' 또는 '테크노보사' 같은 장르를 만들어냈다. 일본에서는 '시부야계'라는 일렉트로니카 음악으로 탈바꿈했다. 이 전자음악이 한국의 롤러코스터와 클래지콰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작년에는 한국 최초 보사노바 밴드 '더블 레인보우'가 첫 음반을 내놓았다. 재즈평론가 김현준씨는 "보사노바는 삼바에서 리듬을, 쿨 재즈에서 감성을 따온 음악"이라며 "무겁지 않고 세련된 상류층의 음악으로 출발해 대중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