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명품 세트피스', K리그 포스트시즌서 맹위

by김삼우 기자
2007.11.01 10:38:56

▲ 파리아스 포항 감독 [뉴시스]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지난 달 31일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플레이오프 포항-수원 삼성전에선 평소에 보기 힘든 장면들이 있었다.

포항이 수원 진영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으면 수원 선수 전원이 수비에 가담했다. 최전방 공격수 에두, 서동현, 박성배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원의 이같은 적극적인 수비 전술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자기 진영에서 프리킥을 내주더라도 적어도 공격수 한명 정도는 미드필드 윗선에 남겨 놓는게 일반적이다. 역습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반격을 노리기보다 실점을 하지 않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만큼 포항의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력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슈팅처럼 강하고 정확한 프리킥을 구사,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따바레즈의 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세트피스 전술은 포항의 필살기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이 훈련 중 중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원은 28일 울산 현대가 포항에 무너진 이유도 따바레즈의 프리킥을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으로 파악한 듯 했다. 당시 울산은 전반 중반까지 경기를 주도하다 34분 따바레즈의 프리킥에 이은 황재원의 헤딩슛에 선제골을 허용,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회골을 잡기 위해 힘을 쏟느라 오히려 미드필드와 수비에서 공간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 결국 결승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차범근 감독으로선 따바레즈의 발끝에서 비롯되는 포항의 세트피스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법했다. 하지만 차 감독의 이런 노력도 허사였다. 잘 견디다 경기 종료 4분전 포항의 득점 공식에 그대로 당했다. 후반 41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포항에 프리킥을 내줬고, 어김없이 따바레즈가 키커로 나섰다. 따바레즈의 프리킥이 수원 골문을 향하자 박원재의 백헤딩이 번득였고, 수원 골네트가 출렁였다. 결승골이었다.

차 감독은 경기후 “단순한 프리킥에 골을 내준 게 아쉽다”며 어이없어 했다. 철저히 대비를 했지만 울산처럼 알고도 당한 셈이었다.

오는 4일과 11일 포항과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는 정규리그 1위 성남 일화 또한 포항의 ‘명품 세트피스’ 봉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승부가 갈라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