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한들 기자
2007.10.09 09:33:00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메이저리그 2007 폴 클래식서 단연 화제의 출연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입니다. 두 팀은 현대 야구 이론을 지배하고 있는 세이버매트리션과 보수적인 야구 전통주의자들의 주장을 한꺼번에 뒤집으며 연일 승전고를 울리고 있습니다.
투수를 제외한 8명의 야수 중 5명이 25세 이하의 풋내기들로 구성된 애리조나는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는 '10월의 경험'이 풍부한 노장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는 불문율을 보기 좋게 깨 버렸습니다. 또한 내셔널리그 최저 팀 타율과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낮은 득점력으로 서부 조 1위에 오르고, 디비전시리즈서는 시카고 컵스를 3-0으로 일축했습니다.
풋내기들의 틈바구니서 고령자에 속하는 31세의 중심타자 에릭 번스는 "통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스포츠에는 숫자보다 훨씬 더 큰 무엇이 있음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고 했습니다.
콜로라도도 수학을 거부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5월22일까지만 해도 5할에서 9경기나 모자라며 꼴찌를 면치 못했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막판 14승1패를 거두며 와일드카드를 따내고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3연파하며 거뜬히 창단 첫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디비전시리즈 포함해 17승1패의 도저히 믿기지 않는 기적의 승률에 클린트 허들 감독은 요기 베라의 명언을 바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질 때까지는 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을 졸지에 쥐구멍으로 기어 들어가게 한 두 팀의 선전은 현대 야구의 새로운 모드(mode)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큽니다. 그것은 '젊은 야구의 힘'입니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제 야구에서도 세대교체의 속도가 혁명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젊은 선수들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그 첫 번째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상대도 모르고, 자신도 모릅니다. 싸움의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승부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젊음의 무지는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번스도 애리조나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것의 대부분은 팔팔한 젊음 특유의 무지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젊은 야구의 또 하나 장점은 하루가 다른 성장 속도입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기량이 향상되는 것입니다. 더욱 요즘 젊은 선수들은 구시대의 그들과는 전혀 다른, 질적으로, 양적으로 좋은 야구 환경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애리조나의 또 다른 노장 35세의 토니 클락은 "지금까지 견해는 젊은 선수들이 빅 리그에 적응하려면 1년 또는 2년, 3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야구 I.Q로 따진다면 기준점인 101을 넘어 매우 높다. 그것이 그들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 적응하고,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는 젊음만이 가질 수 있는 체력입니다. 지치지 않고 회복도 빠른 체력은 승부를 가르는 경기 집중력과 뗄래야 뗄 수가 없습니다. 이는 애리조나와 콜로라도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연전연승을 거두고 디비전 시리즈에 들어와서도 일찌감치 싹쓸이 승을 거둔 데서 에누리없이 입증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꼽고 싶은 것은 뚜렷한 목표 의식입니다. 노장들과 달리 젊은 선수들에게는 보장된 게 없습니다. 그들에겐 한 경기, 한 경기가 자신의 몸값으로 직결되는 구름판입니다. 그래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펼칠 수 밖에 없고 결국 그런 몸짓이 모아져 승리의 탑을 쌓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애리조나와 콜로라도는 12일부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습니다. 젊은 야구로 센세이션을 동시 패션으로 일으키고 있는 양팀 중 승자는 누구이고, 또 이긴 팀이 과연 월드시리즈에서도 기적을 낳을 지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