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AI·배우 콘텐츠 공존 가속화…위협이면서 기회"[만났습니다]②
by김보영 기자
2024.07.26 07:00:02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인공지능(AI)과 공존해 나갈 수 있는 해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배우 겸 감독 유지태는 “AI 시대가 향후 K콘텐츠 시장에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창작자들도 이같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와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엔터테이너의 공존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AI가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겠지만, 오히려 잘 활용하면 제작자와 창작자가 지금껏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시나리오 작가들이 시작하고 배우, 방송인들이 동참해 반년 가까이 이어졌던 할리우드 총파업은 AI의 증가한 영향력이 창작자들의 착취 및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고도화한 AI 기술이 작가, 배우 등의 저작권, 초상권을 침해해 생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단 취지였다. 이에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할리우드 창작자들이 AI 기술 발전과 콘텐츠 산업을 주제로 토론에 나서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지태는 AI의 급격한 성장이 국내의 콘텐츠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건국대 영상영화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AI와 관련한 논문 연구를 지속 중”이라며 “그만큼 AI가 놀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콘텐츠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자리잡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앞으로 AI가 창작 과정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SF 장르나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등 3D 그래픽을 많이 사용하는 영화, 드라마 콘텐츠 부문이 우선 순위다. 유지태는 “AI가 모든 콘텐츠를 대체할 순 없지만 3D 그래픽을 활용한 기업용 콘텐츠는 쉽게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거에는 AI가 같은 이미지의 움직임을 세밀히 연속성있게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유지태는 최근 이같은 문제가 기술 발전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로 작품을 만들면 제작 속도가 빨라져 제작비가 줄어들 것이고,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저렴한 비용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1인 창작자 시대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실제 자신 역시 AI를 활용해 작품을 창작할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유지태는 “AI 기술을 접목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보려 한다”며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달리 언어의 장벽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AI 연구를 진행하며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4년 안에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AI 시대의 변화에 맞춰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규범, 방안들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지태는 “현행 저작권법을 개정할 수 없다면, 우회적인 방안으로 저작권을 보호할 방법들이 마련돼야 한다”며 “예컨대 창작자가 집필한 영상 시나리오를 소설이나 웹툰 등 저작권이 인정되는 출판저작물로 내보내거나, 시나리오나 이미지를 블록체인 등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