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2승' 김민아 "당구 반대한 아버지, 지금은 가장 열렬한 팬 됐죠"(인터뷰)
by이석무 기자
2023.06.19 06:03:00
| | 프로당구 LPBA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 김민아. 사진=PB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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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당구에 ‘당’ 자만 꺼내도 손가락 잘라버릴 것 같았던 아버지가 지금은 가장 열심히 응원해주시죠”
2023~24시즌 프로당구 LPBA(여성부) 개막전 우승을 차지한 김민아(33·NH농협카드)는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환하게 웃었다.
김민아는 18일 경상북도 경주시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서 통산 6회 우승을 노리던 김가영을 풀세트 접전 끝에 4-3으로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열린 2022~23시즌 2차투어(하나카드 챔피언십)에 이어 10개월 만에 또 하나의 우승컵을 추가했다. 아울러 지난 두 시즌 간 개막전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신 설움을 털어내고 세 시즌 만에 ‘개막전 여왕’으로 우뚝 섰다.
김민아는 아마추어 시절 여자 3쿠션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2019년 대한당구연맹(KBF) 대회 4관왕을 차지했다. 국내 1위는 물론 세계 랭킹 6위까지 올랐다. 2020년 8월 프로행을 전격 선언하자마자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만만치 않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20~21시즌 4강에 한 차례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후에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다 드디어 결실을 봤다. 작년 8월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이뤘다. 프로 데뷔 후 13전 14기 만에 들어 올린 트로피였다.
그리고 다시 11개월이 지나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첫 우승 당시 눈물을 글썽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활짝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멀티우승을 이루면서 LPBA 강자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스롱 피아비를 결승에서 누르고 첫 우승을 이뤘던 김민아는 이번에 김가영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피아비와 김가영은 현재 LPBA를 대표하는 ‘절대 2강’이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우승 모두 짜릿한 풀세트 역전승이었다.
김민아는 “지금 LPBA에서 제일 잘 하는 선수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김가영 선수다”며 “그 선수와 맞붙을 수 있는 것도 영광인데 경기에서 승리해서 더욱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김민아가 정상급 선수로 올라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학 1학년 때 우연하게 가입한 당구 동아리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2학년 때 동아리 회장을 할 정도로 당구에 푹 빠졌다. 그러다 교내 당구장 사장님의 손에 이끌려 선수 등록까지 하게 됐고 그렇게 선수 인생이 시작됐다.
선수 등록 후 불과 1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당구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어쩔 수 없이 서울 회사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한다고 아버지를 속인 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당시 TV로 생중계되던 여자 당구 대회에 출전한 김민아의 모습을 아버지가 보게 된 것. 김민아는 아버지의 불호령을 걱정했다. 우려와 달리 그가 들은 말은 달랐다. 김민아는 “아버지가 국밥을 드시다가 TV를 보고 ‘우리 딸내미 맞네’라고 하셨다고 한다”며 “이틀 뒤 전화가 왔는데 ‘많이 응원한다.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냐. 이제 마음 편하게 당구를 쳐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당구의 ‘당’자만 꺼내도 손가락을 잘라버릴 것 같이 엄하셨던 아버지가 지금은 매일 전화하고 응원해 주신다”며 “너무 신기하면서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된 것 같아 흐뭇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우승을 통해 얻은 것은 트로피와 상금 3000만원 뿐만이 아니다. 프로 무대에서도 언제든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큰 수확이다. 김민아는 개막전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 시즌 더 많은 우승트로피를 수집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민아는 “결승전 4세트가 끝나고 관중석에 있는 아빠와 잠깐 얘기를 했는데 ‘김가영 선수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쳐라’고 말씀해주시더라”면서 “‘아빠가 왜 나를 약하게 볼까’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오기가 생기고 집중력이 더 올라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실력이 많이 뒤처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아 그 부분은 아쉽다”며 “그래도 이번 시즌 두 번 정도 더 우승하면 확실히 내 시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