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역사적인 날"...단점·시련도 막지 못한 우상혁 銀빛 도약

by이석무 기자
2022.07.20 06:00:33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男높이뛰기 2m35 은메달
한국 육상 역대 두 번째이자 트랙&필드 최초 메달
짝발·단신 약점 극복하고 긍정마인드로 정상 도약
2년 앞 다가온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도전 기대

한국 육상 간판스타 우상혁이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바를 뛰어넘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기분이 정말 좋다”

한국 육상에 첫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선물한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은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2m37을 뛴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은 아깝게 놓쳤지만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20㎞ 경보 김현섭이 세운 3위를 넘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순위(2위)를 달성했다. 현존 세계 최고의 높이뛰기 선수임을 재확인시킨 우상혁은 1억원에 가까운 상금과 포상금도 두둑히 챙겼다.

우상혁은 냉정하게 평가해 세계적인 높이뛰기 선수가 되기에 불리한 점이 많다. 일단 키가 작다. 188cm인 그의 키는 일반인과 비교하면 월등히 크지만 높이뛰기 선수 치고는 작은 편이다. 세계적인 높이뛰기 선수들은 대부분 190cm가 넘는다.

이번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 5위 안에 든 선수 가운데도 우상혁이 가장 작다. 금메달을 딴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은 우상혁보다 1cm 큰 189cm다.

게다가 잘 알려진 대로 우상혁은 ‘짝발’이다. 어릴 적 입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발(265㎜)이 왼발(275㎜)보다 1cm 작다.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균형감각이 중요한 육상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우상혁이 트랙 종목 대신 높이뛰기를 선택한 것도 짝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우상혁에게 단신, 짝발은 더이상 약점이 아니다. 불리한 조건을 비관하기보다는 특유의 긍정마인드로 이겨냈다. 짝발은 어릴 적부터 게을리하지 않았던 밸런스 훈련으로, 단신은 181cm로 세계를 제패한 ‘우상’ 스테판 홀름(스웨덴)을 떠올리며 극복했다.



우상혁이 늘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피로골절 부상까지 찾아왔다.

좌절에 빠져 있던 우상혁에게 손을 내민 이가 바로 김도균 대표팀 코치였다. 김도균 코치의 열정적인 지도와 따뜻한 격려를 발판삼아 우상혁은 다시 살아났다. 2017년 2m30에서 정체됐던 개인 최고 기록을 4년여 만인 2021년 6월 2m31로 1㎝ 끌어올렸다. 이어 도쿄올림픽에서는 2m35를 뛰어넘는 급성장을 이뤘다.

우상혁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최정상급 높이뛰기 선수로 우뚝 섰다.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고 성적인 4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한국 육상 최초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리고 육상 종목에서 올림픽만큼이나 가장 중요한 대회인 실외 세계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육상 최초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이뤘다.

금메달을 간절히 원했던 만큼 은메달이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상혁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눈앞에 중요한 대회가 계속 다가온다.

올해 열린 실내외 세계선수권대회는 원래 2020년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1년 연기돼 올해 치러졌다. 그래서 원래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당장 1년 뒤인 내년에 펼쳐진다. 내년 3월 중국 난징에서 세계실내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데 이어 8월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실외 세계선수권대회가 펼쳐진다. 2024년 7월에는 파리올림픽이 열린다. 우상혁은 당연히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노린다.

현역 최고 높이뛰기 선수는 이번 대회 포함,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바심이다. 그는 작년 도쿄올림픽에서도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상혁의 시간이다. 바심이 이미 30대에 접어든 반면 우상혁은 아직 20대 중반이다. 우상혁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지금 메달 색깔은 1~2년 뒤 바뀔 가능성이 크다.

우상혁도 다음 메이저 대회에서는 꼭 금메달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또 세계선수권, 올림픽이 남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면서 “더 노력해서 금메달을 따는 ‘더 역사적인 날’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