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를 향한 팬들의 한마디 "땡큐, 타이거"

by주영로 기자
2022.04.11 05:19:55

[여기는 오거스타]우즈, 508일만에 복귀전
4라운드 72홀 완주하며 성공적인 복귀 알려
72홀 경기 끝낸 우즈 향해 "땡큐, 타이거" 외쳐
우즈, 다음 대회는 7월 디오픈 확정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경기에 나온 타이거 우즈가 18번홀 그린에 올라서며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오거스타(미 조지아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72홀의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을 향해 팬들이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맞았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50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 508일 만에 필드로 돌아와 72홀 경기를 무사히 마친 우즈를 향해 팬들은 “땡큐, 타이거”라고 외쳤다. 그 한 마디에 모든 진심이 담겼다.

2022 마스터스에선 새로운 우승자가 탄생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우즈였다.

우즈는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차량 전복사고를 당해 다리를 크게 다친 이후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사고 직후 예상은 어두웠다. 다시는 필드에 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1년 5개월. 정확하게 508일 만에 우즈는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두 다리로 서서 힘차게 스윙했다. 전 세계 골프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했던 장면이다.

불과 2주일 전까지만해도 우즈의 복귀는 빨라야 7월 또는 내년 4월 마스터스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우즈는 7일 개막한 마스터스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서 힘찬 스윙을 시작했다.

우즈는 25번째 참가한 마스터스에서 최종합계 13오버파 301타를 적어냈다. 우승과 거리가 멀었지만, 누구도 그의 성적에 실망하지 않았다. 그보다 우즈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는 것에 고마워했다.

우즈는 당대 최고의 골프스타다. 그 누구도 우즈를 대신할 수 없다. 그가 사고를 이겨내고 다시 필드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스터스로 필드 복귀를 선언한 우즈는 대회 개막에 앞서 “이번 부상은 훨씬 더 견디기 어려웠다”고 1년 5개월 동안 다시 필드로 돌아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음을 시사했다. 이어 “당장 내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는 작업 등이 필요했고,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어려웠다”며 “걷는 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마스터스 출전 자체가 큰 도전이라고 했다.

48세 우즈의 도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런 우즈를 향해 팬들은 “땡큐”라는 한 마디로 마음을 전했다.

11일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우즈는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 50분에 다시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마스터스에서 통산 23번째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나흘 내내 코스를 밟았다.

언더파를 기록한 건 첫날 71타가 유일했으나 조금씩 황제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선 드라이브샷 페어웨이 적중률이 70%를 넘겼다. 드라이브샷을 가장 멀리 칠 때는 304야드를 보내기도 했다. 다만, 그린적중률이 전성기 기량에 미치지 못했고,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선 퍼트를 36개와 34개씩 적어낼 정도로 감각이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1년 5개월의 긴 공백기를 고려할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회복세다.

마스터스를 끝낸 우즈의 다음 출전 대회는 디오픈으로 정해졌다. 이날 경기를 끝내고 스카이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디오픈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올해 디오픈은 오는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다. 이보다 앞서 5월 PGA 챔피언십과 6월 US오픈까지 2개의 메이저 대회가 남아 있으나 아직 미정이다. 우즈는 “PGA 챔피언십 참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우즈가 디오픈은 다음 출전 대회로 정한 건 디오픈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대회 코스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마스터스로 복귀한 우즈가 서둘러 다음 대회에 나올 가능성을 크지 않다는 게 현지 분위기였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PGA 챔피언십과 US오픈에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있었으나 이날 우즈가 디오픈 참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선택의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우즈의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하지만, 또 다른 관건은 코스와 이동 거리다.

우즈는 마스터스 나흘 경기 내내 내리막과 오르막 경사를 걸을 때 조금씩 불편한 자세를 보였다. 그린에선 앉았다가 일어나는 게 쉽지 않은 듯 오른쪽 다리를 뒤로 살짝 빼고 무릎만 굽혔다가 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경사를 읽었다. 아직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음을 느끼게 했다.

7월이라면 다시 몸을 추슬러 재정비하기엔 충분하다. 게다가 디오픈은 우즈가 마스터스 다음으로 애정을 보이는 대회다. 통산 3승을 올렸고, 올해는 150주년으로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다. 2000년과 2005년 클라렛저그(디오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장소다.

우즈는 “그곳은 내 마음속의 소중한 장소”라며 “나는 그곳에서 2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그곳은 골프의 본고장이며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다. 그래서 참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