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운동이 자랑스러운 나라 만들어야죠"(인터뷰)

by이석무 기자
2020.12.05 09:16:33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신욱 단국대 교수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운동하기 좋은 나라, 운동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나라, 운동하는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나라가 돼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 강국입니다.

강신욱(65) 단국대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엘리트 하키 선수, 하키부 감독, 체육교사, 대학교수, 행정가, 시민단체 대표 등 45년 동안 한국 체육을 위해 헌신했다. 그리고 대학교수 정년을 2년 앞둔 이 시점에서 한국 체육을 이끄는 대한체육회 회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강신욱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위로해야 할 대한체육회가 오히려 국민과 체육인으부터 걱정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체육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체육을 이끌면서 한국 체육의 기초가 망가져 버렸습니다”라며 “체육회장이 혜택을 누리는 자리가 아닌 봉사하는 자리라고 한다면 그 자리가 어떤 것인지는 당연히 알고 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신욱 교수는 “일선 지도자들 상당수가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며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한국 체육은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강신욱 교수와 일문일답.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근래 대한체육회는 시스템과 사람들이 흐트러졌다. 제 기능을 작동하지 못한다. 체육인과 국민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위로해야 할 대한체육회가 오히려 국민과 체육인으로부터 걱정을 받고 있다. 시스템보다 사람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일부에선 강신욱 교수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면 엘리트 스포츠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터무니없는 얘기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큰 실례다. 선수나 지도자, 학계,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엘리트 스포츠가 얼마나 사회적,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몸소 경험했고 느꼈다. 엘리트 스포츠에 상당히 이바지했다고 자부한다. 다만 혁신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지지했다고 해서 엘리트 스포츠를 망가뜨리는 사람 취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엘리트 스포츠를 후퇴시킨다고 보는 것은 오해이자 편견이다.

-엘리트 스포츠가 최근 침체에 빠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엘리트 스포츠를 어떻게 다시 활성화 시킬 계획인가.

△엘리트 스포츠에 국한 시켜 얘기한다면 어떤 제도든 5가지 요인이 있다. 시설, 지도자, 프로그램, 행정·재정, 홍보의 문제가 있다. 시설을 늘려가고 양질의 지도자를 만들어 보급하고 선수들이 능력을 발휘할 최상의 프로그램을 보급해야 한다. 행정적인 부분과 홍보도 중요하다. 그런데 어느 시스템이든 이런 문제가 벌어지면 행정·재정적인 부분만 지적한다.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돈만 주면 다 해결될 것이라 보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특히 지도자 문제가 뜨거운 문제다. 좋은 지도자를 만들고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스포츠판은 상당히 훼손돼 있다. 스포츠판을 되살리기 위해선 대한체육회, 문체부 등의 전략적인 맥락이 필요한데 지금 그것이 없다. 계속 단편적인 부분만 건드리고 있다. 학교운동부가 문제 되니까 다 없애 버리는 것이 옳은 제도인가. 무조건 돈만 많이 집어넣는다고 해서 스포츠판 자체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한체육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한체육회의 사조직화다. 사조직화라는 것은 민주적이거나 외부로부터 건설적인 의견을 듣는 구조가 망가진 것이다. 특정한 세력이나 사람이 대한체육회 방향을 이끌고 있다. 절차나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결과나 성과도 과정에 준해서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체육회는 그 절차가 제한돼 있고 고여 있다.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다면 사조직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물에 고여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움직이는 휴먼웨어다. 특히 운영하는 사람들의 도덕성이 가장 중요하다. 도덕성은 해서는 될 일과 안 될 일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딩 그룹이 도덕성을 잘 갖춰야 한다. 그들이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조직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무너진다.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고 쓴소리 하지 않는 것이 사조직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대한체육회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지도자의 처우 개선이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서울·경기 지역만 하더라도 체육 수요자가 많다 보니 지도자 처우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충남 이남으로 내려가면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나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최저생계비도 못 받는 상황이다. 3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236만원인데 거기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방은 일체 투잡도 못 갖게 해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다. 대한체육회는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 466명, 생활체육 지도자 2800여명에게 인건비를 지원한다. 시도 소속 엘리트 지도자들은 대한체육회에서 100만원, 지역 체육회에서 100만원 등을 받아 200만원 미만으로 생활한다. 슬픈 현실이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선 우리나라 스포츠를 건전하게 키워갈 수 없다. 지도자들은 생활인이고 가장이다. 최소한의 경제적인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체육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오랫동안 학계에 있다 보니 대한체육회 같은 큰 조직을 이끌 행정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냥 교수실에서 연구 활동만 하고 학회 활동만 했다면 나라도 그런 걱정을 할 것이다. 당연하다. 4000억원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고 12만명이나 되는 선수들을 위해 제대로 봉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라고 생각한다. 30년 이상 다양한 행정 경험을 할 기회가 있었다. 문체부, 교육부에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청와대에서 자문 역할도 했다. 특히 대학스포츠협의회에서 7년 동안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체육계 행정이나 문제를 경험할 좋은 기회였다. 수많은 정부부처 사람들과 교류하고 선수나 지도자를 위해 봉사할 기회였다.

-체육시민연대 대표를 오랫동안 했다. 어떤 계기로 시민단체 활동을 앞장서게 됐나.

△체육시민연대는 수영선수 장희진 선수의 학업 병행 문제로 처음 시작됐다. 처음에는 내가 시민단체 활동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체육시민연대에 위기가 찾아오면서 우연히 낚여버렸다(웃음). 처음에는 생각이 없었는데 어찌하다 대표를 맡게 됐다. 막상 대표를 맡고 보니 사무실도 없고 통장에 돈도 없더라. 이 단체가 어떻게 운영됐을까 신기할 정도였다. 대표를 맡은 뒤 장충체육관 근처에 2~3평짜리 지하방을 얻었다. 그때가 한여름이었는데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청소를 하고 페인트칠을 했다. 그렇게 첫 사무실을 열고 체육시민연대라는 간판을 처음 걸었다. 그때 청소를 하고 페인트칠을 하면서 한가지 약속을 했다. 회원을 늘리겠다고. 그리고 시민단체는 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돈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끼리 노력해서 체육계 개혁과 혁신의 작은 밀알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체육시민연대의 정신이 됐다.

-체육회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체육인이 체육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체육회장을 이끌어온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정통 체육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체육을 직접 했거나 가르쳤거나 연구했던 사람을 체육인이라고 부른다. 체육인이 직접 이끌어야 하는 이유는 체육 현장 내부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 온 사람도 나름 식견이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내부의 심각한 문제는 잘 모르고 해결할 수 없다. 경험도 안 해보고 배워본 적도 없고 노력도 안 했는데 알 수 없다. 그런 사람이 체육을 이끌면서 한국 체육의 기초가 망가져 버렸다. 그들은 성과나 결과에만 관심 있지 과정과 기초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체육계 폭력 성폭력 근절을 자신하는 이유는 그 구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겉에서 보면 내부 사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체육인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체육회장이 혜택을 누리러 가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다. 봉사하는 자라면 그것이 어떤 자리인지 당연히 알고 가야 한다.

-임기 4년 안에 스포츠 폭력,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내가 시종일관 주장하는 것은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그 누군가는 선수들과 주변 사람들이다. 1년에 2번 정도 모든 선수에게 조사를 해야 한다.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어 모든 선수들이 대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결과를 지자체 및 지방 체육회장 단체장, 현직 기관장에게 무조건 통보하도록 하겠다.

-선수, 지도자, 교수 등 45년간의 스포츠계 인생을 회고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

△비교적 운이 좋았던 사람인 것 같다. 경력 단절 없이 오늘날까지 정규 직장을 다니며 살았다. 내가 가진 능력이나 노력에 비해 늘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고 늘 생각했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스스로 나를 평가하자면 편 가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편 가르는 것을 거부하는 온건 개혁주의자다. 지금 스포츠계는 밖으로부터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외부 혁신은 목표도 없고 어젠다도 없다. 시간이 걸려도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뒤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온건 개혁이다. 외부에서의 급진적인 혁신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내부에서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체육회장이 된다면 앞으로 어떤 대한체육회를 만들어갈 생각인가.

△운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언제든지 운동하기 좋고, 매 맞지 않고 편하게 운동할 수 있고, 운동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운동하는 사람이 정당하게 대우받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그것이 선진형 스포츠 강국이다. 우리는 스포츠 강국이었던 적이 없었다. 올림픽에서 메달 몇 개 더 딴다고 해서 스포츠 강국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끼리 자화자찬하는 것이다. 운동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운동하는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나라가 돼야 한다.

서울대 하키부 선수 시절 강신욱 교수
전농여중 하키부 감독 시절 강신욱 교수(가장 왼쪽)
체육시민연대 대표 시절 강신욱 교수(오른쪽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