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콘텐츠 多채널 시대]TV서 안해도 언제든 경기 관전…팬심 묶어 놓은 유튜브
by임정우 기자
2019.03.22 07:08:30
프로야구 10개 구단 자체 채널 운영…시범경기 중계하기도
대한축구협회 KFA TV 구독자는 21만명
골프계도 인스타그램 등 자체 채널 확대
팬들과 소통하며 홍보 효과 톡톡…조회 수 통한 수익은 덤
| 프로야구 10개 구단 유튜브 채널. (사진=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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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세상이 달라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 선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경기장에 직접 가거나 TV 중계를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면서 구단과 협회에서 제작한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세상이 찾아왔다.
| 두산 베어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 베어스포티비(왼쪽)와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유튜브 채널 KFA TV. (사진=베어스포티비 유튜브, KFA TV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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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축구에서 시작된 자체 채널 열풍
바야흐로 자체 채널 시대다. 야구와 축구를 시작으로 골프·농구·배구까지 구단과 협회에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자체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자체 채널인 유튜브 ‘베어스포티비’는 구독자 수 10만 5000명(이하 21일 오전 기준)을 넘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 자체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구독자 수 10만명 돌파는 두산 베어스가 처음이다.
베어스포티비가 처음 공개된 2015년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당시 영상보다는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팬과의 소통을 지속했다. 구단은 선수와의 인터뷰, 경기 영상, 훈련 장면 등 콘텐츠를 생산했고, 팬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구독자 수 10만명 돌파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구단 자체 채널은 시범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자체 채널을 가지고 있는 구단들은 KBO리그 방송 중계권을 가진 KBS N·MBC 스포츠플러스·SBS SPORTS·SPOTV가 시범경기를 중계하지 않자 직접 움직였다. 첫 시범경기가 열린 12일 롯데 자이언츠가 자체 유튜브 채널인 ‘GIANTS TV’를 통해 중계하자 누적 조회 수가 12만 9637회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국내 스포츠 단체 중에서는 대한축구협회의 자체 채널인 KFA TV의 유튜브 구독자 수 21만 1133명으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KFA TV의 인사이드캠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가 나온 것은 ‘기성용 vs 손흥민 1대1 슈팅 대결의 승자는’이란 제목의 영상이다. 2017년 6월 2일 올라온 영상으로 202만 9570회의 재생 수를 기록했다.
| PGA 투어 인스타그램(왼쪽)과 PGA 투어 코리아 인스타그램. (사진=PGA 투어 인스타그램, PGA 투어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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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골프계도 자체 채널 확대
최근 골프계에서도 자체 채널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정상급 남자 골프 선수들이 활약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이하 PGA 투어)는 인스타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162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PGA 투어 공식 인스타그램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비롯해 쉽게 볼 수 없는 선수들의 일상 생활, 라커룸 이야기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PGA 투어는 한국어 인스타그램 계정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PGA 투어는 “한국팬들이 더 깊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한국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선수가 늘고 있고, 매년 10월 제주에서 더 CJ컵@나인브릿지 정규 투어 대회가 열리면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강혜원 PGA 투어 한국 콘텐츠 총괄 부장은 “올해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팬들이 궁금해하는 영상을 제작하면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한국어로 제작된 PGA 투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게 좋은 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을 제외한 단일 국가로는 한국이 가장 많은 선수가 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본사에서도 한국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GA 투어 한국어 인스타그램 계정에 대한 반응도 상당하다. 아직 만들어진 지 1년도 안 지났지만 PGA 투 팔로워는 지난 17일 1만명을 돌파했다. 골프팬 이경환(27) 씨는 “PGA 투어 소식을 한국어로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페이지가 생겨서 매우 좋다”며 “PGA 투어 공식 계정은 한국 선수들보다는 톱랭커 위주로 다뤄주는데 한국 계정은 한국 선수들이 소식을 주로 전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이하 LPGA 투어) 역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체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크 완 LPGA 투어 회장은 “그동안 시장을 넓히고 다양한 팬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며 “올해부터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자체 채널을 이용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도 올해부터 자체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임정수 KLPGA 전략마케팅팀 대리는 “4월 국내 개막전부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자체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KLPGA 투어가 글로벌 투어로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만큼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채널을 통해 홍보 효과를 넘어 수익 창출까지
유튜브는 일정 구독자와 시청 시간을 확보한 제작자에게 광고 수익금을 지급한다. 유튜브 수익 산정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조회 수가 많으면 광고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지므로 수익도 함께 올라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일정 구독자와 시청 시간까지 보유한 몇몇 구단이 홍보와 함께 수익 창출 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이유다. 콘텐츠 제작 인건비와 장비 비용 등을 고려하면 큰 수익이 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몇몇 구단에서는 앞으로 유튜브가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민호 베어스포티비 PD는 “유튜브를 통해 얻은 수익 중 70% 이상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재투자되고 있다”며 “자체 채널을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팬들이 원하는 영상을 제작해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만큼 유튜브를 포함한 자체 채널 확대에 더 많은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