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빅3' SM·JYP·YG, 서울 '북·동·서'로 삼분지계

by박현택 기자
2018.11.13 06:00:00

이수만 (왼쪽), 양현석, 박진영 (사진=각각 SM·YG·JYP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국내 대형 엔터 3사가 서울의 ‘동서북’으로 자리잡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마포구 합정동에 초대형 신 사옥을 건축하며 ‘YG 타운’을 형성 중이다. JYP는 청담동 사옥을 떠나 강동구 성내동의 대로변에 ‘JYP 뮤직 팩토리’를 마련하고 이주를 완료했다. 청담 번화가를 점령한 SM엔터테인먼트는 도봉구 창동을 바라보고 있다.

3사가 미용·의상실·스튜디오 등 엔터 관련 인프라가 집결된 강남 중심지을 벗어나는 배경에는 업무 효율 극대화와 ‘미개척지’에 브랜드 가치를 심어 부동산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전략이 숨어있다. 빌사남부동산중개법인 최윤경 팀장은 “최근에는 엔터사 관련 인프라들이 꼭 강남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서울의 각 지역에 분포되어 있어 엔터사들이 이미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른 강남을 벗어나려는 경향이 크다”며 “이미 많은 엔터사들이 한남동·연남동·상암동 등 서울 각 지역으로 소재지를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소빌딩연구소 박종복 원장은 “엔터사 이주는 ‘서민들 곁으로 다가간다’는 측면에서도 반길 일”이라며 “사옥을 중심으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동네가 발전된다면 ‘번 돈을 지역에 돌려준다’는 의미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합정동 YG 신 사옥 조감도
◇ 서쪽, YG

YG는 2019년 7월 완공되는 신사옥을 통해 ‘합정 시대’에 정점을 찍겠다는 심산이다. YG는 현 합정동 본사 측면으로 대지 3145㎡, 연면적 1만8905㎡, 지하 5층~지상 9층 규모의 신사옥을 신축 중이다. 양현석 대표는 “6개의 건물에 흩어진 YG 전 직원을 이곳에 집결하겠다”며 “디자인에만 3년이 소요됐다. 다음 빅뱅 앨범은 이곳에서 녹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윤경 팀장은 엔터사 사옥 타운으로서 합정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고속도로와 한강공원이 인접해 있어 교통·환경적 여건이 좋다. 인근 홍대는 미용·패션·스튜디오 등 엔터사 관련 업체와 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또한 가까운 상암동에는 KBS·MBC 등 지상파 방송사와 YTN·JTBC·CJ E&M 등 미디어 기업과, IT기업이 다수 위치해 있어 신사옥 부지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귀재’로 불리는 양현석 대표이지만, 합정동 YG 신 사옥은 투자가 아닌 실 사용 목적이라는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박종복 원장은 “신사옥 부지 땅값과 공사비용으로만 500억원 정도가 투입될 전망이다. 미래에 건물을 내놓았을 때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G는 창사 단계부터 서울의 서쪽, 합정동에 터를 잡았다. 2006년 빅뱅 데뷔와 함께 사세를 불린 YG는 합정동의 낡은 건물을 2007년 28억1000만원에 경매로 낙찰받아 기존 건물을 헐고 대지 785㎡, 연면적 2093㎡,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 빌딩을 새로 지었다.

최윤경 팀장은 “이 건물 시세는 현재 1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양 대표는 2011~2012년에도 인근 땅 639㎡를 총 56억여원에 사들였고, 2014년에 지상 6층 건물로 신축해 사옥과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다. 두 건물 시세는 현재 1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결국 YG사옥으로 사용되는 빌딩 4개동 가치만 1100억원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서울 성내동 JYP 신 사옥
◇ 동쪽, JYP



JYP는 청담동 시대를 마감하고 성내동 시대를 열었다. 청담동 일대에서 본사 포함 사무실 5개를 임대해 사용하던 JYP는 사세가 확장되며 단일 공간이 필요했다. 6600㎡ 이상 건물이 필요했지만 청담동에서는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기 힘들어 강동구로 눈을 돌렸다. JYP는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올림픽공원 대로변 코너에 있는 대지 1174㎡, 연면적 7149㎡, 지하 4층~지상 10층 건물을 지난해 202억원을 주고 사들였고 최근 입주했다.

박진영은 지난 6월 한 강연에서 “JYP는 과거보다 콘텐츠를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속도’를 갖추었지만, 그 콘텐츠들의 ‘질’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며 신 사옥 이전의 목적을 설명했다. 성내동 신사옥은 9개의 댄스 스튜디오와 18개의 보컬룸, 7 프로듀싱 룸을 가지고 있다. 8층에는 박진영 자신을 포함한 프로듀서들이 지속적으로 한 층에서 곡을 만들어 낼수 있는 11개 녹음실과 2개의 편곡실을 마련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업무 효율 외에 성내동 사옥의 부동산 투자 가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박종복 원장은 “성내동이 위치한 강동구는 즉각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단순 상권’이다”라고 분석했다. 최윤경 팀장은 “성내동은 향후 ‘뜰’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사옥 매입은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성내동은 현재도 꽤 매력적인 곳이다. 올림픽공원이 바로 옆에 있고 5호선 둔촌동역·올림픽공원역과 8호선 강동구청역이 가깝다. 강남과의 거리도 생각보다 멀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SM커뮤니케이션센터
◇ 북쪽, SM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7월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 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도봉구 창동 개발에 대해 “창동 프로젝트도 조만간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며 “이수만 SM 대표도 공간을 배려해주면 강남의 SM타운을 ‘서울 아레나’가 생기는 창동으로 이전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SM은 지난 2015년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을 오픈했다. 이곳을 다양한 공연 및 쇼핑·전시 공간으로 만들며 K팝의 새로운 메카로 만든 바 있어 창동 진출에도 관심이 모인다.

창동의 지리적, 교통적 측면을 감안하면 본사나 아티스트 관련 부서의 이동보다는 공연 및 제작시설 추가 설립 정도가 가능한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박종복 원장은 “창동은 면적 자체가 매우 작고 낙후된 지역이다. 교통도 편리하지 않아 ‘청담 ONLY’인 SM이 대규모로 이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서울시에서 각종 인허가를 완화해주고 용적률을 후하게 준다면 제2의 SM타운 등의 설립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수만 SM 회장의 부동산 투자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이수만 회장이 보유한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의 SM 본사는 대지 689㎡, 연면적 1536㎡, 지하 1층~지상 4층 빌딩이다. 1999년 20억여원에 구입했고 2005년에는 본사 뒤편 다가구주택 두개 동(棟)을 추가로 사들였다. 최윤경 팀장은 “대로변 건물과 뒤쪽 건물을 묶어 두 건물 모두 대로변 시세를 받는 전략을 사용했다. 두 건물을 합쳐 놓으니 현 시세는 1100억원 가량이 된다”며 “2012년에는 청담동에 대지 654㎡, 연면적 2482㎡, 지하 2층~지상 5층 빌딩을 사들인 후 리모델링을 거쳐 사옥으로 쓰고 있다. 당초 166억7000만원에 매입했는데 현재 빌딩 시세는 210억원 정도다”라고 평가했다.

<자료·정보 제공=빌사남부동산중개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