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말’ 조현재 “극혐 캐릭터, 스트레스 컸지만 뿌듯”(인터뷰)

by김윤지 기자
2018.10.03 06:04:00

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공백기가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비슷한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아 미룬 것도 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 정신이나 육체는 관리를 해야한다. 그런 점이 때론 지루하고 현실이 무겁게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을 통해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배우 조현재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모처에서 열린 SBS 토요 미니시리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극본 박언희, 연출 박경렬, 이하 ‘그녀말’) 종영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공백기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지난달 29일 종영한 ‘그녀말’은 살기 위해 인생을 걸고 성형수술을 감행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가 기억을 되찾아가는 미스터리 멜로다. 조현재는 극중 남상미의 남편이자 방송국 간판 앵커인 강찬기 역을 맡았다. 대외적으로 존경받는 엘리트이지만, 실제 강찬기는 불륜과 폭행을 일삼는 인격 장애자였다. 강렬한 악역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부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극혐 캐릭터, 이해 못해 어려움도”

조현재에게 악역은 SBS ‘용팔이’(2015) 이후 연이어 두 번째. 좀 더 극악무도해진 악역에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강찬기 캐릭터 특유의 예민한 감정을 늘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무엇보다 아내 지은한(남상미 분)을 사랑하면서도 폭력을 행사한다는 설정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강찬기는 극혐 캐릭터”, “연민이나 이해는 없다“는 데서 그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조현재가 내린 결론은 ‘잘못된 사랑’이었다.

“가정 폭력에 대한 기사,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에 대해 많이 찾아봤다. 강찬기는 재벌 2세로서 유년시절 강박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그런 인격 장애가 생긴 건 아닐까 생각했다. 지은한에 대한 감정만큼은 진짜라고 생각했다.”

보람도 컸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악역을 만들어냈다는 뿌듯함이었다. 자연인 조현재로서 반감이 생기는 폭행신 등을 촬영할 땐 ”배우로서 대본에 몰입하자“는 책임감으로 임했다. 그러다보니 악역으로서 ‘재미’도 찾았다.

”마약쟁이 역을 맡은 배우가 꼭 마약을 직접 해봐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어떻게 연출하고 표현하느냐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사실은 만들어진거니까 흐름이나 감정에 몰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실제론 자상한 남편…”오해 말길“

‘그녀말’은 다양한 의미의 도전이었다. 최종회에서 강찬기는 자살을 시도했다. 이 때문에 조현재는 고소공포증에도 옥상 난간에도 서야했다. 캐릭터와 달리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순간이었다.

”목동 SBS 였는데, 아파트 20층 높이였다. 눈 딱 감고 해보자 싶었다. 그 위에 올라기에 너무 어려웠다. 현기증이 나더라. 배우가 이런 것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참았다. 그래서인지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 됐다.“



아내 이야기에 활짝 미소 짓는 그는 신혼이었다. 조현재는 지난 3월 연하의 전직 골퍼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스스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현실에선 자상한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티나게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사소한 것부터 챙겨주고 배려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일이 없을 땐 같이 있기 위해 노력하고 청소도 더 열심히 한다.(웃음)“

‘그녀말’이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한 후에는 아내와 제대로 얼굴을 마주보고 밥 한끼 먹을 여유가 없었다고. ”집에 거의 못 들어갔다. 아내가 많이 보고 싶었다“는 말엔 애틋함이 묻어났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더 잔인한 캐릭터·예능도 OK“

조현재는 원조 ‘신부 오빠’로 유명하다. 그의 출세작인 2003년 MBC ‘러브레터’의 안드레아 신부 역 때문이다. 사제 역의 김재욱이 주인공인 OCN ‘손 더 게스트’를 언급하자 ”요즘 신부 캐릭터는 감정의 굴곡이 있지 않나. 예전에는 정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시대가 달라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 또한 달라졌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두려웠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감도, 선한 이미지 때문에 역할에 제약이 있다는 선입견도 스스로 깰 수 있었다.

”예전부터 ‘선한 눈망울’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요즘도 그렇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그런 얼굴로 왜…(드라마에서 악역을 했느냐)’라고 했다. (웃음) 그런 콤플렉스도 있었는데, 이번에 해소한 것 같다. 소름끼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쾌감이 느껴졌다.“

30대 초반까지 늘 선한 역을 맡았던 그는 악역은커녕 반항아 역할도 제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그는 “이미지와 달리 클럽음악도 좋아하고, 운전하다 욕을 할 때도 있고, 학창시절 친구와 싸우기도 했다”고 웃었다.

“앞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얼마든지 하고 싶다. 범죄자가 외모로 드러나는 건 아니지 않나. 앞으로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