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성추문` 몸살앓는 영화계, 계약서부터 다시 살펴야

by박미애 기자
2017.11.10 06: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성추문이 한국과 미국 영화계를 뒤덮고 있다. 한국은 영화 촬영 중에 성추행 한 혐의로 피소된 조덕제 사건을 비롯해 상반신 노출을 둘러싼 개그우먼 곽현화와 이수성 감독의 갈등, 그리고 강요 및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 사건이 뜨거운 감자다.

개별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국내와 다르게 할리우드는 영화계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 지난 30년간 여배우 및 여직원을 성희롱 및 성폭행 했다는 의혹이 시작이었다. 기네스 펠트로·안젤리나 졸리·리즈 위더스푼·제니퍼 로렌스 등 유명 여배우들의 성추행 및 성폭행 경험담의 폭로가 이어지고 제임스 토백 감독·케빈 스페이시·더스틴 호프만 등 감독 및 배우들의 의혹이 제기되며 사태가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들은 촬영 현장에서 다시 말해 작업 중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바꿔서 말하면 촬영 중에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얘기고 작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노출이 필요한 장면을 촬영할 때 구체적인 합의 없이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탈이 난 게 위 사건들이다.



그중 조덕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해명했다. 현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여론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조덕제 사건의 경우 조덕제는 부부강간 장면 촬영에서 감독의 지시대로 상의를 찢는 연기를 했다고 하고, 여배우는 옷을 찢는 것은 합의하지 않았는데 속옷을 찢고 하체에도 손을 댔다고 하면서 양측이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에 따르면 조덕제와 여배우는 감독과는 합의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 합의되지 않은 점을 들어 2심은 여배우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의 판결 내용을 떠나서, 양측의 입장이 다르다는 얘기는 곧 노출 촬영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기덕 감독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는 대본에 없었던 베드신 촬영을 강요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영화 촬영 시스템은 노출 장면을 촬영할 시 출연 계약 상에 해당 장면에 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합의를 하는데 국내는 막연하게 접근한다. 현재 업계에서 상용하는 출연 계약서 상으로는 같은 문제들이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으며 배우들이 보호받기 어렵다고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성추문이 업계의 이슈가 되면서 영화계는 성폭력 근절을 위한 성폭력대응기구를 준비하고 있다. 성폭력은 사후처리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지책이 더 중요하다. 교육과 더불어 출연 계약서를 점검하고 시정하는 등 현실적인 방지책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