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가난한 것은 아니다…저소득층 청소년 위한 K팝 캠프 가봤더니
by김은구 기자
2015.01.20 07:00:00
| 강원도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 중인 제1회 로엔뮤직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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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원)=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30명의 청소년이 6개 조로 나뉘어 댄스, 보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여학생 몇몇은 반 팔 면 티셔츠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기 위해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었다.
지난 16일 강원도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 건물 밖에는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체감온도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씨. 건물 안으로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연방 찬바람이 들어왔다. 히터를 틀어놨지만 바닥 쪽 공기는 찬 듯 한기가 올라왔다. 청소년들은 아랑곳없었다.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서 땀으로 열정을 대변했다. 힘이 든 듯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가끔 앉았다 일어서는 댄스 동작에서 타이밍을 놓치면 잠시 앉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누구 하나 입으로는 힘들다고 투정을 하지 않았다.
꿈이 가난한 것은 아니다. 각기 다른 꿈을 책상 앞에 앉혀놓고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의 교육을 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지난 12일부터 2주일간의 일정으로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1회 로엔뮤직캠프(Melody On Your Dream)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컸다. 로엔뮤직캠프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과 함께 종합음악기업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자체 댄스 및 보컬 트레이닝을 비롯한 연습생 육성 시스템을 전국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는 캠프다. ‘엔터의, 엔터에 의한, 엔터를 위한’ 사회환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남다른 ‘끼’를 갖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이룰 방법을 찾지 못했던 청소년들은 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30명의 청소년들은 전국 학교장 추천 등을 통해 올라온 180여 명의 지원자 중 1차 적합성 심사, 2차 실기심사, 3차 종합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됐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측은 “불참자가 생길 수도 있어 대기인원으로 10명의 명단을 추려놓았지만 합격자 30명 전원이 참석했다. 꿈에 대한 이들의 애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실제 가수들을 지도하는 보컬 트레이너, 댄스 트레이너들의 지도를 받으며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빛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 이후 13일부터 오전 8시 아침식사 이후 오후 10시 취침시간까지 스트레칭에 이어 댄스 수업, 점심식사, 기본 소양교육, 보컬 수업, 저녁식사, 보컬 및 댄스 연습으로 빼곡히 스케줄표가 채워진 강행군이었다.
캠프에 참가한 박선용(16·강원도 횡계) 군은 “가수가 꿈이었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고 사는 지역에도 노래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게 전부였다”며 “다른 걱정 없이 배우고 싶은 것에 전념할 수 있는 이곳 캠프가 너무 좋다. 캠프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하고 연습생으로 선발될 가능성도 있어 다들 목숨을 걸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소진(17·전북 고창) 양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께서 식당 일을 하시면서 3남매를 키우셨다. 어머니를 보면 내가 밖에 나가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캠프에 참여하면서 ‘끼’와 재능을 살려 노력하는 것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여기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으며 실력이 빨리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처음 모였을 때만 하더라도 일반 수련회에 참석한 듯 설렁설렁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트레이닝을 받으며 며칠 지나지 않아 자세가 바뀌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모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지만 음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은 그 사이 많이 친해져 있었다. 같은 꿈을 갖고 함께 노력해 가는 친구가 생긴 것도 이들에게는 소중한 수확이었다.
트레이너들은 “일반 학생들을 지도해본 건 처음”이라며 “첫째 날 학생들의 상태는 프로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어설펐다. 둘째 날부터는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게 느껴졌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댄스 트레이너들은 “하루 종일 연습을 하다 보니 무릎이나 발목이 아픈 데도 욕심이 생겨 아픈 걸 숨겨가며 연습하는 학생들이 있다. 자제를 시켜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조병부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 원장은 “이렇게 장기간 소외 청소년들이 프로급 강사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특히 이번 로엔뮤직캠프는 강사들이 안보여도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연습을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고 설명했다.
제1회 로엔뮤직캠프는 오는 24일 청소년들이 그 동안 성과를 보여주는 공연을 갖고 25일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