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최민식 선배 출연에 만세 불렀죠"(인터뷰)

by최은영 기자
2012.02.01 07:20:05

영화 `범죄와의 전쟁`서 조직폭력배 보스 역
최민식과 첫 연기호흡 "색깔이 다른 불과 불"
2월에만 영화 두 편.."다작(多作), 그게 어때서?"

▲ 하정우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01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이 남자, `느낌 있다`. 지난해 펴낸 책 제목 그대로다.
 
독한 말보로 담배를 줄지어 입에 물었다. 새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맡은 역할은 부산 최대 조직의 보스 최형배. 영화에 무수히 등장하는 건달 중 유일하게 폼 나고 지독하게 섹시한 남자다. 극 중 캐릭터에 어울리는 `독한` 취향에 먼저 눈길이 갔다.

"1년 만에 한 번씩 담배를 바꿔 피는데 요즘에는 이게 끌리더라고요. 번거롭게 갈아타는 이유요? 글쎄요. 궁금하잖아요. 다른 건 또 어떤 맛일지···."

한쪽 눈을 가볍게 추어올리며 말했다. 튀는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노트를 꺼내 펼치더니 질문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방법을 달리하면 뭐가 다를지 순간 궁금해졌다고 했다.

이렇듯 하정우(33)는 호기심 많은 남자였다. 어쩌면 이는 배우 하정우의 오늘을 있게 원동력일지 몰랐다. 새로운 캐릭터도 그만의 넘치는 호기심으로 완성됐다.

"`부산 사람들은 왜 목소리가 클까?` `뱃사람의 후손이니 말이 공격적인 건 당연해` `그럼 부산 여자들은 왜 애교가 넘치지?` `거친 남자와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반대의 목소리 톤과 화법을 갖게 됐을 거야` `거친 남자들의 가당치 않은 애교는 또 뭐고?` `그런 남자와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가지 패턴을 모두 익히게 됐겠지?` 이런 식으로 유추해갔어요. 이를 기본으로 최형배 캐릭터를 만들어갔죠."

이번 영화에서 그는 윤종빈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에 이어 세 번째다. 하정우는 "잠원동 동네 술 친구에 학교 후배, 평생에 영화적 동지"라고 윤 감독을 소개했다.

그를 이 영화로 이끈 건 윤종빈, 영화의 배경인 80년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최민식이었다. 한차례 출연을 고사했던 최민식이 각색된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을 돌렸을 때 하정우는 만세를 불렀다.



"정말이지 행복했어요. `범죄와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최익현의 드라마입니다. 최민식 선배가 끌고 가는 게 맞는다고 봤어요. 저는 그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그 계산만 하면 됐죠. 둘 다 불인데 최익현이 빨간 불이라면 최형배는 파란 불쯤 되겠네요. 최민식 선배 덕분에 영화에 무게감이 실리고 관객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힘을 얻게 된 것 같아 기뻐요."
▲ 하정우

최민식의 연기에 주눅이 들진 않았는지 물었다. "절대 후배들 기죽일 분이 아니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배우는 같이 연기하는 사람을 절대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영화판 진리도 덧붙였다.

하정우는 최민식에게 무엇보다 인생 상담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거듭된 물음에 `사랑`에 대해서라고 짧게 말하고는 입을 닫았다.

하정우의 최근 행보는 숨 가쁘다. 2007년 영화 `추격자`가 시작이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에 터보 엔진을 달고 쭉 뻗은 고속도로 위를 내달리는 느낌이다.

승률 99%의 변호사(영화 `의뢰인`)로 관객을 찾을 게 불과 넉 달 전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에서 해남까지 577㎞를 걷는 국토 대장정을 다녀왔고(현재 하정우는 이를 토대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이재용, 강형철, 장훈 감독과 모바일 영화를 찍어 공개했다. 여기에 2월 개봉하는 영화만 `범죄와의 전쟁`에 `러브 픽션`까지 두 편. 오는 3월부턴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는 `베를린` 촬영에 들어간다. 아직 기획 단계지만 패션디자이너 고(故) 앙드레 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도 젊은 시절 앙드레 김으로 출연키로 했다.

"어떻게 그 많은 일정을 소화하죠?". 요즘 하정우가 즐겨 듣는 말이다. 하정우는 이에 대해 "미리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면 못할 것도 없다"며 충무로의 가장 `핫`한 배우답게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도 `추격자`가 개봉하던 2008년 이야기를 들어 그때부터 준비했어요. 작품을 통해 연기를 연마하고 학습한다 생각하면 다작(多作)도 나쁘지 않죠. 미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 보면 1년에 3~4편씩, 5년 스케줄이 잡혀 있는 걸요. 우리라고 못할 게 있을까요? 어쩌면 집안 내력일 수도 있겠네요. 아버지(김용건)도 평생을 꾸준히 연기하고 계시니까요."

(사진=한대욱 기자)
▲ 하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