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나가수`서 꼭 부르고 싶던 노래는..(인터뷰)
by조우영 기자
2011.09.29 07:00:00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지난 27일 정규 13집 `자서전`을 발표한 김건모. 그의 자서전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그를 만나기 전 그의 이름 석 자를 나직이 읇조려 봤다. 건포도처럼 작고 검은, 슬픈 감성의 피에로. 진한 울림이 있는 노래들로 음악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면서도 무대 위에서 내려온 그는 항상 유쾌했다.
그래서 그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요계 고참임에도 어려운 존재이기보다 항상 친근한 동네 형 혹은 오빠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6개월 전 그는 `동네북` 신세가 되기도 했다.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그는 칼을 갈고 덤벼든 후배 가수들과 달리 예능감을 뽐내다 꼴찌를 했고 결국 재도전을 택했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자진 하차했다.
"찰리 채플린이 그랬다지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가까이서 보면 저 역시 굴곡이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다행스럽고도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가수다` 이후 김건모는 절치부심했다. 그는 "20년 가수 인생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면서 "하지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옛 영광을 잊고 새 음악을 만드는 데 열중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주변에선 `김건모가 독기를 품었다`는 말도 나왔다.
"하하. 독기까지는 아니에요. 지난 제 20년을 이번 앨범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음악해야 할지를 고민한 음반이죠.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기분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김건모의 정규 13집은 신곡 8곡이 담긴 `디럭스 에디션`(Deluxe Edition)과 지금까지 그의 노래들을 장르별로 묶어낸 `발라드`(Ballad), `댄스&레게`(Dance&Reggae) 등 총 3장의 CD로 구성됐다. 타이틀곡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이별을 실감하며 아픈 심정을 노래한 정통 발라드 `어제보다 슬픈 오늘`과 로큰롤에 힙합 리듬을 녹인 `자서전`, 두 곡이다.
특히 `자서전`은 그의 1집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부터 12집까지 여태껏 그가 발표한 총 12장의 정규앨범 타이틀곡 제목들로 가사를 완성했다. 노래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왔기에 가능한 일이자 김건모다운 독특함과 재미다. 덕분에 베스트 앨범을 낼 수 있는 가수가 몇 안 되는 요즘 가요계에 `명반`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분이 제 노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무엇이냐 물으시는 데 전 늘 `당시 가장 유행(히트)했던 노래`라고 답합니다. 돈을 많이 번 곡이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대중과 공감했던 노래이니까요. 한 노래가 제 인생에서는 전부일 수 있지만 다른 분의 인생에서는 아주 작은 1분 아니겠어요? 그분들이 기억해 주는 노래, 그 노래들이 곧 제 자서전이 되겠지요."
1992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 `김건모`로 데뷔한 그는 독특한 음색과 레게풍 댄스곡으로 가요계를 강타했다. 1995년 3집 `잘못된 만남`은 28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한국 기네스에 등재됐고 그를 `국민가수` 반열에 올려놨다. 그러나 그는 이 수식어가 싫다고 했다.
"솔직히 `국민가수`라는 칭호는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대한민국 훈장 중에 가장 무거운 `말 훈장`인 것 같아요. 저는 늙었을 때 `노래하는 귀여운 할아버지`로 남고 싶습니다.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건 (백화점으로 치면) 비록 제 코너가 점점 작아졌어도 `김건모`라는 브랜드로 여전히 진열장에 남아 있다는 거에요. 그것도 더 비싼 값으로요. 뿌듯하죠. 하하"
인터뷰 내내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너스레를 떨며 삼천포로 빠지는 그는 천상 예인(藝人)이다. 그러한 그가 이제 다시 팬들 앞에 나선다. 11월4일과 5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을 시작으로 주요 20개 도시에서 공연을 여는 것. 미주 5개 도시 투어도 계획 중이다. `나는 가수다`의 아쉬움을 투어로 훌훌 털어버릴 계획이다.
그는 "사실 `나는 가수다` 무대의 (명예로운) 마지막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노래로 장식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많이 놀긴 했지만 20년 동안 그래도 음악만큼은 열심히 한 것 같더라고요. 이번 제 앨범을 들으시면서 그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어찌 보면 그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르겠다. 가을 밤, 왠지 그의 노래가 더욱 가슴 속 깊이 울려 퍼진다.
`저 하늘에 아련히 번져가는 따스한 노을 / 무거운 발걸음 헤매이듯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지난날 잊지 못한 채 서러움에 더욱 힘겨워지면 왜 이렇게 방황해야만 하나 / 뒤돌아 갈 수 없다 하여도 흐르는 저 강물 위에 나의 거짓 없는 사랑을 띄워버리고 떠나리 / 가려진 세월 속으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 누굴 위해 나는 울고 있는가 / 뒤돌아 갈 수 없다 하여도 흐르는 저 강물 위에 나의 거짓 없는 사랑을 띄워버리고 떠나리.` <김건모 9집 `흐르는 강물처럼` 노랫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