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향닷컴 기자
2010.07.16 08:10:04
[경향닷컴 제공] 무섭게 성장하는 후배들에게 위기 의식이라도 느낀 것일까. 독일 축구대표팀의 전 주장 미하엘 발라크(33·바이엘 레버쿠젠)가 15일 후배 필립 람(26·바이에른 뮌헨)에게 주장 자리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발라크는 첼시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후 한 첫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의 주장은 나다. 위계질서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만약 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요아힘 뢰프 대표팀 감독과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드필더 발라크는 지난 2004년 주장 완장을 찬 이후 A매치 98경기를 소화하며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남아공 월드컵에도 주장으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FA컵 포츠머스와의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어쩔 수 없이 후배 람에게 주장 자리를 넘겨야 했다.
월드컵 개막 전까지만 해도 발라크의 공백은 커보였다. 독일 언론들은 “뢰프 감독이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로 대표팀을 채웠다”며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예들은 대선배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맹활약하며 독일을 4강까지 올려놓았다. 4강 진출이 확정되자 람은 “뢰프 감독이 ‘발라크에게 완장을 반납하라’고 하기 전까지는 주장직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발라크가 주장직을 놓고 람을 몰아붙이자 그들 주변에서도 편가르기가 시작되는 양상이다. 람의 팀 동료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바이에른 뮌헨)는 “나에게 캡틴은 발라크다. 람은 임시로 주장직을 대행했을 뿐”이라고 발라크를 거들었다. 독일의 전설적인 선수 로타 메타우스 카메룬 감독은 신예들의 기량을 칭찬하며 “대표팀에 발라크가 없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칼자루는 뢰프 감독이 쥐고 있지만 그는 감독 계약 연장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발라크는 “다음 A매치에서 람을 만난다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