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10.01.21 08:11:42
女 국가대표급 신한은행 2위와 5게임차로 독주…
남자는 최근 15경기 중 5경기 두팀 다 70점 안돼
[조선일보 제공] 국내 남녀 프로농구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여자리그는 신한은행이 다른 팀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경기력으로 '독주(獨走)' 하고 있고, 남자리그는 득점가뭄 현상 때문에 생긴 고민이다.
여자농구판에서 신한은행은 '레알 신한'이라고 불린다. 거액을 아끼지 않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를 불러 모으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처럼 전력이 막강하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다. 신한은행의 멤버 구성을 보면 '최강'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전주원(37)·정선민(35)·진미정(31)·강영숙(28)·하은주(26)·최윤아(24) 등 전·현 국가대표에 이연화(26)·김연주(23)·김채원(23)·김단비(19) 등 주전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는 후보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신한은행은 이 멤버로 2006~200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여자 농구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37승3패로 92.5%의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했고, 올 시즌도 현재 16연승을 달리는 등 23승3패로 2위 삼성생명(18승8패)에 5게임차로 앞서 있다.
신한은행이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게 화젯거리가 될 정도여서 "신한은행 경기는 볼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에 대해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측은 "한 팀이 독주한다고 해서 연맹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 않으냐"며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을 뺀 나머지 5개 구단은 "이대론 못하겠다"며 아우성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스포츠의 재미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는데, 현재 체제에서 다른 팀은 신한은행의 들러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한은행의 후보선수가 우리 팀에 오면 주전으로 뛸 수 있다. 하지만 트레이드나 FA 시장이 폐쇄적이고, 샐러리캡 제도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 현 실정 아래서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일부에선 전력평준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 제도 부활을 주장하기도 한다.
신한은행도 할 말은 있다. 신한은행 농구단의 이상휘 사무국장은 "우리가 사랑받지 못한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질 수는 없잖으냐"며 "우리 팀이 현재 전력을 갖춘 것은 2004년 팀 창단 직후 꼴찌로 추락하고서 정신력을 키우고 우수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자농구는 여자농구와는 달리 선두 경쟁에는 불이 붙었지만, 대신 골 가뭄으로 울상짓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열린 15경기 중 두 팀 득점이 70점을 넘지 못한 게 5경기나 됐다. 14일 KT&G와 전자랜드전의 109점(전자랜드가 57대52로 승리)은 역대 KBL(한국농구연맹) 한 경기 최소 기록이었고, 다음 날 경기에선 SK와 동부가 연장전을 치르고도 115점(SK의 63대52 승리)을 뽑는 데 그쳤다.
저득점 현상은 생중계 관계로 일요일 경기를 줄이는 대신 평일 경기를 늘리는 바람에, 각 팀이 격일제로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아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득점력 좋은 외국인 선수가 매 쿼터 1명만 뛸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것도 전체적인 득점력을 떨어뜨렸다. 한 프로팀 감독은 "가동할 수 있는 선수가 풍부하지 않은 국내 농구 현실에서 6라운드(54경기)를 소화하기도 쉽지 않은데, 일정까지 빡빡하니 전체적인 경기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