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와 굴욕’ 겪은 홍명보호, 오만전 준비... “비난은 감독에게만”

by허윤수 기자
2024.09.09 06:00:00

10일 오후 11시 오만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2차전
팔레스타인전 무승부와 야유 이후 오만 원정
2003년에 '오만 쇼크'로 불리는 패배 당한 적 있어
홍명보 "선수들, 다른 생각 말고 경기에만 집중해 주길"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팀 훈련 앞서 선수단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첫 출항에서 야유 세례와 굴욕적인 결과를 받아 든 홍명보호가 다시 한번 첫 승리에 도전한다.

홍명보(55)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오만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홍명보호는 첫 출항이던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FIFA 랭킹 23위로 96위인 팔레스타인에 크게 앞섰으나 0-0 무승부에 그쳤다. 공격은 번번이 막혔고 수비 역시 불안했다. 조현우(32·울산HD)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패배할 위기도 있었다.

무엇보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홍명보호의 출항을 반기지 않았다. 감독 선임 과정 논란이 있는 홍명보호를 향해 야유 세례가 이어졌다. 경기 전 감독 소개를 비롯해 전광판에 홍 감독의 모습이 잡힐 때마다 야유가 나왔다. 아울러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냈다.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0-0으로 경기를 마친 후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감독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홈팬들의 야유에 “아무래도 당황스러운 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라며 “비난이야 감독이 받으면 되는 거지만 선수들에게는 응원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선수들은 경기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후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는 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가 있는 관중석을 향한 뒤 ‘응원을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김민재는 “그냥 선수들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라며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하신 부분이 아쉬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붉은악마는 성명문을 내고 선수와 관중 간의 설전은 없었다면서도 “지금까지 어떠한 순간에도 ‘못하길 바라고’, ‘지길 바라고’ 응원하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0-0으로 경기를 마친 후 홍명보 감독이 손흥민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감독은 이런 상황에 “김민재는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면서 응원에 힘 받으며 뛰는 선수”라며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한 이런 것들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 이후 약 10년 2개월 만에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의 복귀전은 얼룩졌다.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지 못한 홍명보호는 오만 원정에서 다시 한번 3차 예선 첫 승리에 도전한다.

오만은 FIFA 랭킹 76위로 팔레스타인보다 높다. 지난 1차전에서 이라크에 0-1로 패하며 물러설 곳이 없다. 상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4승 1패로 앞선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1-0으로 이겼다.

2003년 맞대결 당시 모습. 사진=AFPBB NEWS
다만 한국 축구의 흑역사로 남아 있는 유일한 패배가 오만 원정에서 이뤄졌다. 2003년 10월 오만과의 AFC 아시안컵 예선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후 불과 1년 만에 벌어진 참사로 ‘오만 쇼크’라고 불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거센 경질 압박을 받기도 했다.

시작부터 위태로운 홍명보호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까지 결과를 챙기지 못하면 그를 향한 여론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결속력, 응집력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선수들은 너무 불필요하게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