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D-25] 효자 종목 꿈꾸는 근대5종, “큰절 세리머니 할게요”

by허윤수 기자
2024.07.01 06:00:00

도쿄 대회서 전웅태가 동메달 따며 사상 첫 메달 안겨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서는 역대 최고 성적 거두며 상승세
전웅태, "효자 종목·메달 기대 종목 되길"

28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미디어데이에서 성승민(왼쪽)과 전웅태가 승마 훈련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경=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대한민국 근대5종 대표팀이 파리에서도 새 역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근대5종은 한 명의 선수가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을 모두 하는 종목이다. 이번 올림픽에는 남녀 개인전만 열리는데 한 국가에서 남녀 선수 2명씩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남자부 전웅태(29·광주광역시청), 서창완(27·국군체육부대)이 나서고 여자부에선 김선우(28·경기도청), 성승민(21·한국체대)이 출전한다.

대표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지난 16일 중국 정저우에서 막을 내린 국제근대5종연맹(UIPM)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여자 개인전(성승민), 남자 계주(전웅태-서창완), 여자 계주(김선우-성승민), 혼성 계주(서창완-김선우)에서 정상에 올랐다.

28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미디어데이에서 전웅태(오른쪽)와 서창완이 수영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따냈던 전웅태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도약의 발판이 된 것 같아서 올림픽까지 잘 준비하고 싶다”라며 “운동량이 많지만 버텨야 하고 그럴 준비도 됐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여자부도 첫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현재 여자부 최고 성적은 지난 도쿄 대회에서 김세희가 기록한 11위. 간판 김선우가 건재한 가운데 성승민의 상승세도 돋보인다. 수영 선수를 하다가 중학교 때 근대5종에 입문한 그는 지난해 5월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처음 입상(은메달)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올해 월드컵 2·3차 대회에서는 연거푸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입상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28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미디어데이에서 김선우가 펜싱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승민은 “들뜬 마음은 중국에 두고 온 대신 자신감을 챙겨왔다”라면서 “첫 올림픽 출전이라 긴장되나 돌아올 때 목에 메달 한 개는 걸고 오겠다”라고 다짐했다.



최은종(56) 대표팀 감독의 각오도 남다르다. 11년째 대표팀을 이끄는 그는 이제 올림픽과 헤어지고 싶다면서 “내가 힘든 건 상관없지만 선수들이 9~10시간씩 훈련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장실 갈 때도 ‘메달 하나 주면 열심히 살겠다’라고 너무 징징거려서 올림픽도 나와 헤어지고 싶을 것”이라며 “깔끔하게 헤어지고 싶으면 금메달, 미련 있으면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주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혔다.

대표팀의 힘은 끈끈함이다. 최 감독은 “10년 전에는 감독과 선수로 만났다면 이젠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 것 같다”라며 “부모가 자식을 위해 자식이 부모를 위해 무엇을 못 하겠는가? 가족의 힘을 보여주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28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최은종 감독(왼쪽부터), 서창완, 전웅태, 성승민, 김선우, 김성진 코치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근대5종 역사에 첫 메달을 안겼던 전웅태는 근대5종이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길 꿈꾼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근대5종을 알리고 싶다고 했던 그는 “점점 제 말대로 되는 거 같은데 이제 근대5종이 효자 종목, 메달 기대 종목이 됐으면 한다”라며 “그 답을 이번에 드리고 싶다”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웅태의 좌우명은 ‘될 놈 될’, 될 사람은 된다는 뜻이다. 전웅태는 “전 줏대 있는 사람이기에 계속 ‘될 놈 될’로 가겠다”라면서도 “이번엔 선수 4명과 코치진이 함께 하니 ‘될 놈들’이 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전웅태는 지난 올림픽에서 대표팀 선배 정진화(35)와의 진한 포옹으로 입상의 기쁨을 전했다. 그는 “2016년 리우 대회 때 레슬링 김현우 선수의 큰절 세리머니가 멋있었다”라며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면 코치진과 한국 응원단이 있는 방향으로 큰절을 올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김현우의 모습. 사진=AFPBB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