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숫자 8대21' 황선홍호, 인도네시아에 결과·내용 모두 졌다

by이석무 기자
2024.04.26 06:58:19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에서 퇴장당한 황선홍 감독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슈팅숫자 8대21, 유효슈팅 2대5, 볼점유율 47%대53%.

세계적인 강팀과 맞붙어 나온 기록이 아니다. FIFA 랭킹 134위인 인도네시아와 대결에서 이런 기록이 나왔다. 비록 연령별 대표팀 경기라 하더라도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황선홍 감독이 이끈 우리나라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26일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연장전까지 2-2로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988 서울올림픽부터 이어진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1984년 LA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그것도 숙적 일본을 조별리그에서 이기고도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됐던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혔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하지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미치지 못했다. 패배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단 이날 한국 수비는 낙제점이었다. 인도네시아 골잡이인 라파엘 스트루이크의 개인기량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현재 네덜란드 1부리그 덴 하그에서 활약 중인 스트루이크는 한국 수비진을 농락했다.

인도네시아 성인대표팀 주전 공격수로도 활약 중인 스트루이크는 전반 15분과 전반 추가시간 연속골을 터뜨리며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특히 전반 15분에 나온 선제골은 그의 놀라운 킥 능력이 빛을 발했다.



스트루이크 뿐만이 아니었다.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활약 중인 저스틴 허브너,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소속의 아이바르 제너 등 귀화 혼혈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인도네시아는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그에 반해 한국은 너무 안일했다. 경기 내용을 보면 스스로 자멸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특히 전반 추가 시간에 나온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한 장면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비 실수였다. 이강희(경남), 조현택(김천)과 골키퍼 백종범(서울)이 공과 상대 선수 위치를 놓친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어이없이 골을 내줬다.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절대 나와선 안 될 치명적 실수였다.

한국은 전반 초반 득점이 취소된 이강희의 중거리슛과 상대 자책골로 이어진 엄지성(광주)의 헤딩슛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장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은 경기 내내 패스미스와 드리블 실수로 공격 기회를 헌납했다.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기는커녕 계속 우리 골문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후반전 9분부터 4분 동안 인도네시아에 무려 슈팅 4개를 허용했다.

설상가상으로 불필요한 파울까지 나오면서 더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투입된 이영준(김천)이 후반 21분 상대 진영에서 인도네시아 수비수 허브너의 정강이를 발로 밟은 것.

처음에 옐로카드를 꺼냈던 주심은 직접 온필드 리뷰를 한 뒤 판정을 번복하고 다이렉트 퇴장을 명령했다. 이후 수적 열세에 몰린 한국은 후반 39분 정상빈(미네소타)의 동점 골로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황선홍 감독까지 퇴장을 당하는 악재가 겹쳤다. 결국 사령탑 없이 치른 연장전에서 무기력하게 버티는데 그쳤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