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전소] 생명 구한 배상문 "누구라도 그렇게했을 것"
by주영로 기자
2024.02.16 00:10:00
13일 말레이 식당에서 의식 잃고 쓰러진 종업원 구해
군 복무 시절 심폐소생술 익힌 덕에 응급처지
아시안투어 개막전에선 첫날 1언더파 무난한 출발
"큰투어도 좋지만 어떤 무대에서든 최선 다할 것"
| 배상문의 응급처치로 의식을 되찾은 종업원이 몸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KPGA 선수 제공) |
|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아시안투어의 2024시즌 개막전에 참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머물다 식당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종업원을 심폐소생술로 구한 배상문(37·키움증권)이 새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배상문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의 한식당에서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입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종업원을 발견했다. 현장에는 여러 명이 있었으나 우왕좌왕했고, 그 사이 배상문이 나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종업원이 의식을 되찾았다. 응급 상황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배상문은 망설임 없이 달려가 종업원을 구했다고 함께 있던 동료들이 전했다.
배상문과 함께 식사한 뒤 이 장면을 목격한 동료선수 김영수는 “당시 의식이 없는 종업원 주변에 사람들이 우왕좌왕 모여 있었다. (배)상문이 형이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신속히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그 뒤 종업원이 깨어났다”며 “상문이 형이 분주히 움직인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상문이 형의 용기 있는 모습에 모든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배상문이 응급한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군 복무 시절 심폐소생술을 익혀둔 덕분이다. 배상문은 2015년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2017년 전역했다.
배상문은 이데일리에 “식당에서 나오다 입구에 쓰러져 있는 종업원을 발견했다”라며 “군대에서 CPR 훈련을 꾸준히 받았고 수도 없이 연습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이렇게 관심을 받아 쑥스럽다. 그런 상황에서 누구라도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배상문은 국내 활동 시절에도 동료들 사이에 ‘의리남’으로 통했다. 시원시원한 성격과 친근하면서 사교적인 입담 등으로 선후배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다.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는 선후배의 중심에서 가교 역할을 했고, 타국 생활의 지루함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해 늘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이번 일도 앞장 서서 행동하고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배상문의 평소 성격에서 나왔다.
2008년과 2009년 KPGA 투어 상금왕, 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투어 상금왕을 거쳐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로 활동 무대를 넓힌 배상문은 프로 통산 14승(한국 9승, 일본 3승, 미국 2승)을 거뒀다. 안타깝게도 군 복무 뒤 PGA 투어로 복귀한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현재는 PGA 투어에서 뛸 자격을 유지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PGA 콘페리(2부) 그리고 아시안투어 등에 참가 중인 배상문은 “큰 투어에서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곳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대회에서도 100% 전력투구하겠다”고 새 시즌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어 “지난 겨울 동안 어느 때보다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중요한 것은 다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라고 제2의 도약을 기대했다.
배상문은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 더 마인스 리조트 앤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개막전 IRS 프리마 말레이시아 오픈 첫날 1라운드 경기에선 1언더파 70타를 쳐 새 시즌을 무난하게 출발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배상문은 경기 초반 11번(파5)과 12번홀(파4)에서 연속으로 보기를 적어내며 흔들렸으나 그 뒤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후반에는 3번홀(파5)과 6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언더파 경기로 마무리했다.
배상문은 이 대회 뒤 인터내셔널 시리즈 오만 대회까지 2주 연속 아시아 무대에 출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