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적어도 알찬 밥상…반환점 돈 28th BIFF 중간 평가는[스타in 포커스]

by김보영 기자
2023.10.09 07:00:00

호스트 송강호 합격점·주윤발 팬서비스로 띄운 열기
"저스틴 전→스티븐 연 한 자리에…오래 전 기획"
"외국인 관객 비중 늘어, 행사 진행 스태프들도 확충"
국내 영화 신작·OTT 작품 소개 위주 아쉽단 반응도
후반부 관전포인트는…하마구치 류스케·독립영화 상영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XGENESIS 야외무대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거미집’ 오픈토크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위기를 딛고 날개를 펼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큰 사고와 이슈 없이 순항 중이다. 13일 폐막을 앞두고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인사 잡음 및 내홍으로 인한 수뇌부의 공백, 개막식 직전 주요 배우들의 건강 사유로 인한 불참 등으로 개최 전 유독 우려가 많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 이벤트와 지자체의 예산삭감 변수로 인해 길거리 분위기 조성 등 대대적 홍보에 힘쓸 수 없는 애로사항도 있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평일에 개막한 만큼, 초반에는 예년보다 한산해진 영화제 풍경을 둘러싼 우려 역시 컸다. 다행히 금요일 주말을 기점으로 현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관객 및 영화 관계자들도 위기를 뚫으며 군더더기는 과감히 줄이고, 관객과의 소통 등 내실에 집중한 BIFF 사무국의 노고에 응원과 만족을 보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예년보다 적은 초청작 수, 작년에 이어 ‘온 스크린’ 세션 등 신작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소개에 치우친 화제성에 아쉬움을 보내는 반응도 적지 않다.

홍콩 배우 주윤발(오른쪽)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송강호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입구 앞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김보영 기자)
지난 4일 개막한 제28회 BIFF는 부산 4개 극장, 총 25개 스크린에서 총 269편(공식 초청작 209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을 상영한다. 지난해 71개국 354편과 비교하면 100편 가까이 규모가 줄어들었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집행위원장 대행)와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이 비상체제 속 컨트롤타워로 나서 오는 13일 폐막까지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가 BIFF 최초의 외부인 호스트로 흔쾌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영화제의 구원투수로서 뜻깊은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다.

올해 영화제 최고의 장면은 호스트 송강호와 주윤발의 만남이었다. 홍콩 출신 중국어권 톱배우인 주윤발은 올해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부산을 찾았다. 그는 매체들과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신작 ‘원 모어 찬스’를 포함한 주요 작품 특별전과 오픈토크, 핸드프린팅 행사 등에 참여해 역대급 팬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윤발은 특히 “영화가 없다면 주윤발도 없다”, “공수래공수거” 등 기자회견 및 각종 행사에서 어록을 탄생시켰다. 스크린 영웅이자, 인생의 멘토로서 귀감을 보여줬다는 반응이다.

손님맞이와 분위기 조성에 힘쓴 송강호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이데일리에 “송강호 배우가 호스트를 해주시고 주윤발 배우가 부산에 와 굉장히 좋은 팬서비스를 관객들에게 많이 해주셨다”며 “덕분에 관객들이 정말 많이 좋아해주셨다. 저 역시 기뻤다. 주윤발 특별전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다른 영화 상영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난 4일 개막식에 참석한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한국수입배급사협회 대표)는 “송강호 배우의 도움과 영화제에서 보여준 애티튜드를 업계에서도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배우 존조, 저스틴 전 감독,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아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아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코리안 아메리칸: 코리안 디아스포라’ 특별전을 향한 반응도 뜨거웠다. 콘텐츠 시장에서 높아지는 ‘한국인 이민자’를 향한 관심을 반영해 올해 신설한 스페셜 프로그램이다. 영화 ‘서치’의 한국계 배우 존 조,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배우 스티븐 연,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감독 겸 배우 저스틴 전 등 현재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는 한국계 배우 및 감독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기획으로 작년부터 섭외를 시작했다. 각자 스케줄들이 많으셔서 섭외에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올해 꼭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며 “당초 산드라 오를 포함해 모시려 한 배우들이 몇 분 더 계셨지만 일정 조율이 결국 안 됐다. 존 조와 스티븐 연 역시 막판까지 일정 조율에 애를 먹다 할리우드 파업 덕분에 부산에 모실 수 있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이어 “파업 중인 미국배우조합 규정상 작품 이야기를 할 수 없어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작품 이외의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며 “그분들 역시 만족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키리에의 노래’, 뤽 베송 감독의 ‘도그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등 거장들의 작품 및 GV 행사들도 관객들의 호응 및 화제성을 견인했다는 호평이다. 특히 ‘괴물’과 ‘키리에의 노래’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했고, 상영 이후 관객 및 평단의 반응이 제일 좋았던 작품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최연재(23) 씨는 “2박 3일에 걸쳐 영화 5~6편을 예매해 관람했다”며 “‘괴물’을 야외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영화의 내용도 감동적이고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스크린에 몰입해 감정을 공유한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남포동 일대에서 열린 커뮤니티비프 행사도 개성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영화 팬들을 만족시켰다. 이하늬, 이선균 주연 영화 ‘킬링 로맨스’의 GV 행사가 대표적이다. ‘킬링 로맨스’는 관객 동원은 19만 명에 그쳤으나, 충성도 높은 과몰입 팬덤을 형성한 컬트무비다. 출연 배우 공명과 배유람, 이원석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싱어롱 상영회가 열려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팬데믹 이후 작년부터 재개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2023) 역시 지난 7일 개막해 순한 중이다. ACFM은 영화 및 영상 콘텐츠는 물론, 도서, 웹툰, 소설 등 원천 IP(지적재산)까지 총망라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산업의 장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약 30% 정도 규모를 키워 총 49개국 877개 업체, 1939명의 산업 관계자들이 참가 등록했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필름마켓도 매년 조금씩 성장 중이다. 올해는 필름마켓이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돌아가 성대히 치러지는 모습”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작년에 비해 행사 진행이 체계적이고, 외국인 관객들이 증가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취재 겸 휴가차 영화제를 방문한 한 인도네시아 외신기자는 “작년에 비해 외국인 참가자들의 비중이 많이 늘었다. 예매권 사전 판매 및 전체적인 행사 진행이 좀 더 정돈되고 체계적으로 정비된 것 같다. 작년에는 예매 사이트에 문제가 생겨 불만이 속출했는데 올해는 그런 이슈가 없었다”며 “자원봉사자 및 행사 스태프들도 작년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최정열 감독(왼쪽부터)과 유지태, 이준혁, 김소진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디즈니+ 시리즈 ‘비질란테’ 오픈토크에서 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뉴스1)
그럼에도 여러 외부적 여건으로 인해 영화제의 몸집이 줄어들며 생긴 공백과 한계를 곳곳에서 실감했다는 아쉬운 반응이 지배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부산을 찾은 회사원 지모(31·여) 씨는 “영화제를 찾는 이유는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화제작들을 먼저 접하기 위해서인데 올해는 기대만큼 새롭거나 흥미로운 영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평했다. 또 “곧 개봉할 국내 영화나 OTT 신작 소개 세션이 더 많고, 부스 홍보나 화제성도 그쪽 중심으로 쏠린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행사 진행 등 운영 방향이 관중의 만족도보다는 영화 산업 관계자들의 편의에 우선을 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불법 촬영자 제재, 상영 중 퇴실 등에 대한 조치가 없어 상영회 중간중간 몰입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정상진 대표는 “비상체제와 더불어 예산 삭감으로 인해 길거리 분위기 조성, 부스 조성 등의 부대적인 홍보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이에 대해 “영화제 중반 이후부터 이벤트가 전년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을 체감했다”며 “제 입장에서도 아쉽다. 게스트들 초청 비용도 들어가는데 그런 부분도 많이 삭감 돼서 제공을 많이 못해드리는 상황 속 영화제가 진행돼서 아쉽긴 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던 위기를 딛고 무탈히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성과로 감사히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환점을 지나 폐막까지 장식할 영화제의 후반부 관전포인트도 놓칠 수 없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또 다른 일본의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후반부 게스트로서 존재감을 담당할 예정이다. 스페셜 토크 등 관객들의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폐막작에 선정된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에 거는 기대도 크다”고 귀띔했다. 이어 “영화제 전반부에 주요 한국 영화 신작들을 상영했는데 8일부터는 국내 독립영화 신작들이 본격 상영된다”며 “국내에서 영화를 만드는 관계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다. 이 영화들이 어떤 반응을 얻고 어떤 작품이 수상할지가 주목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제28회 BIFF는 반환점을 지난 오는 13일 폐막 기자회견 및 폐막작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