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개막] 4강 목표 세운 이강철호 '투타, 모든 준비는 끝났다'
by이석무 기자
2023.03.07 07:38:24
김하성-에드먼 '테이블세터'...이정후-김현수-박병호 '중심타선'
호주전 사이드암 고영표, 일본전 좌완 구창모 선발 등판 유력
|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첫 경기 호주전 선발로 유력한 사이드암 고영표.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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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14년 만의 세계 4강’을 목표를 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정예멤버 구성을 사실상 완성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8일 쿠바와 네덜란드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도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역사적인 도전을 시작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총 20개국이 4개 조로 나눠 4개 지역(일본, 대만, 미국 애리조나, 미국 마이애미)에서 본선 라운드가 펼쳐진다. 한국은 일본·호주·중국·체코와 함께 B조에 포함됐다. 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B조 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한국의 첫 상대는 9일 낮 12시에 맞붙는 ‘복병’ 호주다. 호주는 한국과 조 2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경쟁자다. 호주를 이기면 8강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한국이 앞서지만 야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2013년 대회에서 한국이 약체 이스라엘에 덜미를 잡힌 것처럼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10일 저녁 7시에 열리는 일본과 2차전은 B조 1라운드의 최대 하이라이트다. 한국과 일본은 WBC에서 수없이 맞붙으며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 일본은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를 앞세워 역대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한국으로선 벅찬 상대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
대회 초반에 각각 열릴 호주·일본전은 한국 대표팀의 운명을 가를 최대 승부처다. 이 두 경기에 나설 핵심 멤버들의 어깨도 무겁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일찌감치 그동안의 팀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타순과 투수진의 기본 틀을 짜놓은 상태다.
공격진의 선봉은 빅리거 콤비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한국계’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책임진다.
1번 타자로 유력한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종종 1번 타자로 출전한 경험이 많다. 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2번 타자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에드먼은 빅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30도루를 넘길 만큼 빠른 발이 강점이다. 좌우 타석이 모두 가능한 스위치히터라 작전을 구사하는데도 수월하다. 두 선수가 1, 2번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클린업트리오는 이정후(키움히어로즈)-김현수(LG트윈스)-박병호(KT위즈)가 책임진다. 지난 시즌 KBO리그 타격 5관왕을 차지한 ‘최고 타자’ 이정후와 대표팀에서만 15년째 활약 중인 ‘터줏대감’ 김현수는 한국 타선의 핵심이다. 지난 시즌 35홈런으로 KBO리그 홈런왕에 복귀한 박병호는 도쿄돔에서도 외야 관중석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위타순은 지명타자 강백호(KT위즈), 포수 양의지(두산베어스), 우익수 나성범(KIA타이거즈), 3루수 최정(SSG랜더스)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애리조나 투손 캠프에서 최고의 타격 컨디션을 뽐냈던 최정은 컨디션 저하로 일본 출국 전 연습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만약 최정이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김하성을 3루수로 돌리고 오지환(LG트윈스)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플랜B’를 마련했다.
연습경기에서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한 박건우(NC다이노스)는 ‘대타요원 1순위’다. 내야수 오지환과 김혜성(키움히어로즈), 외야수 박해민(LG트윈스)과 최지훈(SSG랜더스) 포수 이지영(키움히어로즈)도 백업자원으로 출전 대기한다.
투수진은 아직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지진 않은 상태다. WBC는 투수가 한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투구 수 제한이 있다. 또한 투수가 한 번 마운드에 올라오면 최소한 세 타자를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한다. 코치진의 투수 용병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강철 감독도 “투수를 바꾼 뒤 세 타자를 무조건 상대해야 한다는 게 머리가 아프다. 제구 난조로 볼넷 3개를 내주면 끝나는 것 아닌가”라며 “투구수가 많아지면 다음 날 활용하지도 못하는 만큼 이번 대회의 엄청난 변수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호주와 1차전 선발투수로 유력한 주인공은 사이드암 고영표(KT위즈)다. 지난 KBO리그에서도 13승을 따낸 고영표는 2021년 도쿄올림픽 미국전 선발로 등판해 ‘국제용 투수’임을 증명했다. 호주 타자들이 옆으로 던지는 투수를 낯설어한다는 장점도 있다. 컨디션도 좋다. 일본 출국 전 SSG랜더스 2군을 상대로 열린 연습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와 3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고영표는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 밸런스를 회복했고 확실히 투구가 편해졌다“며 ”내 장점을 잘 살려서 많은 스트라이크를 잡고 싶다. 주 무기인 체인지업의 제구력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전은 ‘왼손 영건’ 구창모(NC다이노스)의 선발 출격이 점쳐진다. 전통적으로 좌타자가 강한 일본은 과거부터 구대성, 봉중근, 김광현(SSG랜더스) 등 왼손 투수들에게 고전했다. ‘한국 좌투수 트라우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대회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일본 프로야구 최다 홈런 주인공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를 비롯해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슈토 우쿄(소프트뱅크 호크스), 겐다 쇼스케(세이부 라이온즈) 등 주축 타자들 대부분 왼손이다.
그나마 오른손 강타자로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가 있었는데 옆구리 통증으로 참가가 불발됐다. 스즈키를 제외한 야수 14명 가운데 우타자는 겨우 6명뿐이다. 한국 대표팀 좌완들이 일본전에서 더 힘을 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구창모는 국제대회에서 노출이 덜 돼 있다. 일본 타자들이 낯설어할 수밖에 없다. 구창모가 강력한 구위와 생소함을 앞세워 초반 3~4이닝을 버텨준다면 베테랑 김광현, 양현종(KIA타이거즈)이 경기 중후반을 책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