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2', IT 기술 앙상블로 업그레이드한 스마트 추적 스릴러 [봤어영]
by김보영 기자
2023.02.08 08:00:00
전편보다 발전한 주인공의 추리·검색 추적 능력
예상치 못한 반전 요소들, 마지막 떡밥 회수까지 깔끔
전편의 흔적 곳곳에 등장, 소소한 웃음 선사
전편과 지나치게 같은 구성, '가족애' 신파 코드 식상해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실종된 엄마를 찾는 딸의 추리와 검색력이 1편의 아빠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전작이 선사한 생생한 몰입감을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1편의 강렬한 인상 때문일까, 기시감과 약간의 식상함은 못내 아쉽다.
디지털 기기 화면을 활용해 신개념 스릴러의 기원을 열었던 영화 ‘서치’가 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전작의 편집을 담당했던 니콜라스 D.존슨과 윌 메릭이 연출을 맡았다. 전작을 연출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각본을 맡아 기대가 크다.
‘서치2’는 대학생 딸이 최첨단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매체를 이용해 여행 중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다. 전작 ‘서치’는 아빠가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바 있다.
‘서치2’는 아버지를 암으로 일찍 여의고 엄마 그레이스와 단둘이 LA에 사는 18세 준이 주인공이다. 준은 여느 또래들처럼 친구들과 페이스타임,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엄마가 곧 여행을 떠나는 틈을 타 홈파티를 계획하며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요즘은 더 중요한 사춘기다. 준은 아직 자신을 ‘준벅’(Juneug)이란 어린 시절 애칭으로 부르며 아기 취급하는 엄마 그레이스의 잔소리가 지겹다. 또 자신은 아직 아빠를 잊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날’이 포함된 기간에 남자친구 케빈과 콜롬비아 여행을 떠나기로 한 그레이스의 선택이 야속하다.
하지만 월요일 귀국 날짜에 맞춰 자신을 마중 나와 달란 엄마의 부탁만큼은 잊지 않는 착한 딸이다. 전날 광란의 홈파티로 몸은 숙취에 절고 집은 엉망이 됐지만, 재빨리 인터넷 심부름업체를 불러 청소를 해결하고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러 공항으로 나선다. 하지만 엄마는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와 여행을 떠난 케빈 아저씨도 함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지만, 콜롬비아의 어느 지역을 기점으로 두 사람은 GPS를 끊어버렸다.
이후 전개는 전편 ‘서치’에서 아빠가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방식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준은 먼저 콜롬비아 숙소에 전화를 건다. 학교에서 서툴게 배웠던 스페인어 수업의 기억을 더듬고 포털 사이트 번역기를 활용해 엄마와 케빈이 모든 짐을 남겨둔 채 사라졌음을 확인한다. 실종 신고 후 현지 FBI 수사관 일라이자 박(다니엘 헤니 분)을 배정받지만, 준은 FBI의 답변만 기다릴 수 없다. FBI는 현지 경찰 수사에 간섭할 수 없으며, 동의없이 남의 계정을 해킹해 수집한 증거는 법적으로 채택될 수 없단 답변만 반복한다.
준은 주저않고 직접 행동에 나선다. 숙소 CCTV 영상 확보를 위해 심부름업체 사이트에서 현지 심부름 대행인을 고용하는가 하면, 케빈의 포털 계정 비밀번호를 추리해 지인의 SNS와 엄마와 케빈이 처음 만난 소개팅 앱 대화 목록까지 찾아낸다. 인스타그램, 지도, 라이브캠 서비스 등 디지털 기기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동원해 엄마의 흔적을 추적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OS 운영체제, 페이스북, 구글, 페이스타임, CCTV 화면 등을 적극 활용했다. 노트북 외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기기 화면을 교차 활용해 전편 개봉 후 지난 4년간 진일보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담아냈다.
추적 과정에서 드러난 케빈의 비밀, 엄마의 숨겨진 과거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호기심, 미스터리한 매력을 선사한다. 초반부에서 중반부, 중반부에서 후반부를 잇는 반전 요소들도 숨어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전편의 흔적도 등장해 반가움을 자아낸다. 전작 ‘서치’의 실종 이야기가 ‘서치2’ 세계관에서 ‘언픽션’이란 제목의 OTT 드라마로 제작됐다는 재치있는 설정을 추가했다. 단짝 비나가 ‘언픽션’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며 준에게 추적 방식을 조언하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 포인트로 활약한다. 전편 레퍼런스가 있고, 주인공이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10대여서일까. 전편의 주인공 아빠보다 검색 기술 및 추리력이 노련하다는 점도 관전포인트다.
문제는 스토리 구성 방식부터 가족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주제의식이 전편과 겹쳐도 너무 겹친다. 제작진은 부모가 몰랐던 자식의 속마음을 깨닫는 전편의 설정을 역으로 자식이 부모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설정으로 변화를 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곳곳에 눈물을 유발하는 클리셰가 난무해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정폭력 등 사회적 문제를 환기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지만 다소 신파적이다. FBI 수사관 일라이자 박으로 분한 다니엘 헤니의 활약이 생각보다 적은 것도 아쉽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 카드들로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 없는 흥미를 준다. 각종 복선 등 떡밥도 빠짐없이 적절히 회수해 결말이 깔끔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추신 :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다 보면 G사의 서비스와 A사의 제품을 사고 싶은 욕구가...
러닝타임 111분. 12세 관람가. 개봉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