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멈추는 게 정답 아냐"…활동 기지개 켜는 가수들

by김현식 기자
2022.11.08 06:00:00

이태원 참사에 일정 연기·취소 줄이어
국가애도기간 후 컴백 일정 속속 재확정

첸(사진=SM엔터테인먼트)
네이처(사진=n.CH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이태원 참사 여파로 잠시 움츠러들었던 가요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국가적 추모 분위기 속 컴백 일정을 미뤘던 이들을 포함한 가수들의 신곡 발표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졌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뒤 첫 평일인 7일 여러 가수들이 컴백을 위한 홍보 활동을 재개했다. 엑소 첸, 트렌드지, 트레저 등이 미뤘던 신곡과 콘텐츠 공개 일정을 다시 잡아 알렸다. 신화 WDJ, 임영웅, SG워너비 이석훈, 첫사랑(CSR), 황인혁, V.O.S 등 10여개 팀은 출격 확정일을 공개하며 새로운 활동을 예고했다. 이들에 앞서 네이처는 발매를 미뤘던 새 앨범을 6일 공개했고 마찬가지로 컴백을 연기했던 정은지와 나비는 오는 11일로 출격일을 재확정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대규모 인원이 사망하는 압사 사고가 발생한 뒤 여러 가수들이 애도 분위기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히며 신곡 발표를 미루고 쇼케이스, 콘서트 등 언론 및 팬들과 만나는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더해 여러 방송사가 음악 쇼 프로그램 결방을 택하고 각종 행사 무대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가요계 시곗바늘이 멈추다시피 했다.

이 같은 상황 속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여파로 긴 시간 어려움을 겪다가 겨우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가요계가 다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신곡 발표와 콘서트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애도를 표하는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음악 활동이 곧 애도 분위기를 거스르는 행위로 굳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



나비(사진=알앤디컴퍼니)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장재인(사진=뉴에라프로젝트)
대형기획사 혹은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가수들과 달리 중소 기획사나 신인급 가수들의 경우 당장 잡아둔 일정이 미뤄질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우려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왔다. 앞서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장기간 동안 가요계가 움츠러들면서 여러 기획사와 가수들, 공연 업계 관계자들이 손실을 입어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이 가운데 가수 생각의 여름·장재인(“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 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봅니다.”), 작곡가 정원영(“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요. 음악 만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요”), 대중음악평론가 배순탁(“언제나 대중음악이 가장 먼저 금기시되는 나라. 슬플 때 음악으로 위로받는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등이 SNS에 음악과 공연이 멈춘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며 소신을 드러낸 글을 게재해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번엔 비교적 빠르게 가요계의 흐름이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6일에는 SBS가 지상파 방송사 중 가장 먼저 음악 쇼 프로그램 ‘인기가요’를 재개하면서 신곡을 낸 뒤 활동 무대가 사라져 노심초사하던 가수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 틔었다. 컴백을 앞둔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음악과 무대로 많은 분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자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활동 준비에 다시 나섰다”고 전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음악은 슬픔과 충격에 빠진 이들을 치유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오로지 멈추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라면서 “애도 방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추모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