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쪼개 사고 펀드에 투자… IP 수익 70년간 챙긴다

by윤기백 기자
2022.06.24 05:00:00

[판 커지는 음원 IP 시장]①
음악저작권, 새 투자처로 급부상
주식처럼 사고팔고 저작권료 두둑
팬들은 안정적인 수익 모델 구축
올 저작권 징수액 3000억 넘을 듯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메인화면(왼쪽)과 한음저협 연간 저작권료 징수액 추이(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3000억 시장을 잡아라.”

음원 IP(음악 저작권)의 몸값이 높아졌다. 음원업계에서는 음원 IP를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표현하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넷플릭스·웨이브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활황으로 음원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저작권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변동성이 큰 주식, 코인과는 달리 음악 저작권은 한 번 소유하면 통상적으로 70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2012년 1115억원을 기록했던 저작권료 징수액은 10년 만인 2021년 2885억원을 기록하며 3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목표 징수액은 2934억원이다. 2019년 2208억원, 2020년 2487억원, 2021년 2885억원으로 최근 3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만큼, 이르면 연내 저작권료 징수액이 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엔터테인먼트 IP 비즈니스도 변화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그룹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 들어서는 음원 IP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음원업계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경우 사건·사고에 따라 리스크가 크지만, 음원 IP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비교적 순탄하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음원 IP 비즈니스에 나서는 기업들은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저작자의 수익을 받을 권리)과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제작자의 수익을 받을 권리)을 확보해 펀드를 구성하거나 확보한 IP로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량 음원 IP를 수백, 수천, 수만개씩를 보유해 규모를 키우고, 리메이크·OST 등 밸류업 활동을 통해 가치를 상승시켜 수익을 극대화시킨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새로운 음원 IP를 확보하거나 신사업 진행의 밑천으로 삼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하게 음악저작권 징수액 추이만 보면 3000억원 규모 시장으로 볼 수 있지만, 부가적인 수입 등을 포함해 큰 관점에서 본다면 수조원에 이르는 블루오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욘드뮤직은 기존 미디어·엔터테인먼트들과의 협업 및 시너지 창출을 통해 연내 1조원 규모의 아시아 최대 IP 전문 매니지먼트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음원 IP 비즈니스의 대표주자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다. 뮤직카우는 자사가 보유 중인 음악 저작권에 조각투자 개념을 도입한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판매한다.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는 음악 저작권료 지분을 구매해 누구나 매월 음악 저작권료를 받거나 추가 거래를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투자를 말한다. 일종의 배당주 성격을 띠는 주식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은 뮤직카우 옥션을 통해 공개되고 마켓에서 거래된다. 뮤직카우는 투자자간 거래시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2018년 공식 서비스를 선보인 뮤직카우는 올해 3월 말 기준 누적 회원수 110만명, 누적 거래액 3611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 증권으로 판단하면서 일부 제동이 걸렸다.

뮤직카우는 현재 증선위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갖고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등 투명한 거래 환경 구축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선 중이다. 이 여파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신규 옥션이 잠시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뮤직카우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제도권 편입 이후 적법한 투자수단으로 판단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선위의 이번 결정은 뮤직카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닌, 투자자 보호체계를 갖추라는 것이 핵심”이라며 “증선위가 제시한 기준 조건을 완비하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고, 미국 진출 등 사업 확장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으로는 위프렉스가 있다. 위프렉스는 ‘배당금 지급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 적금보다 높은 배당률(10% 내외)을 내세우며 MZ세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뮤직카우가 조각투자로 음원 IP 비즈니스의 새 장을 열었다면, 비욘드뮤직은 음원 IP 펀드로 차별화를 꾀했다. 음원 IP를 안정적인 자산으로 보고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이다.

비욘드뮤직은 국내 최대 음원 IP 전문 투자 및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현재 약 3000억원 규모의 음원 IP 자산운용액(AUM)을 보유 중이다. RBW, 피네이션 등도 음원 IP 펀드 조성에 뛰어들었지만, 규모 면에선 비욘드뮤직이 단연 압도적이다. 지난해 3월 설립된 비욘드뮤직은 KNC뮤직에 이어 FNC인베스트먼트, 인터파크 음악사업부의 저작인접권을 인수해 총 2만5000곡 이상의 국내외 음악 저작인접권을 보유 중이다. 이수영, 박효신, 김현식을 비롯해 ‘호텔 델루나’ OST 등 시대를 풍미한 명곡의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비욘드뮤직은 연내 1조원 규모의 아시아 최대 IP 전문 매니지먼트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시아의 힙노시스’가 되겠다는 목표도 내걸고 있다. ‘힙노시스 송 펀드’는 2018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음악 저작권 투자 펀드로, 약 2조6000억원(22억 달러)의 음원 IP 펀드를 운용 중이다. 이들은 머라이어 캐리,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의 저작권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