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2022]‘적자 올림픽’의 저주…베이징은 시작 전 걸릴 판

by이석무 기자
2022.01.05 05:35:00

[베이징 동계올림픽 D-30]③
각국 참여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지만
오미크론에 美 외교적 보이콧까지
무관중 도쿄올림픽 전철 밟을 가능성
中당국 이동 자제령·선수엔 중국식 통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올림픽공원 냐오차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림픽은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다. 개최 국가와 도시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 역량을 쏟아붓는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쏟아부는 돈은 중계권료, 스폰서 계약, 관중 수익 등으로 만회한다. 개최국들은 대외적으로 박수를 받으면서 동시에 돈도 많이 버는 환상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막대한 개최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참가국 수가 적고 관심도가 떨어진다. 경기장 시설 등 개최 비용은 만만치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대회를 위해 지어진 썰매경기장 슬라이딩센터의 순수 건설비는 1140여억원이다. 관리 비용을 더하면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그런데 지금은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 상태다. 동계올림픽이 ‘돈 먹는 하마’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최근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들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가 대표적이다. 인구 30만명의 소도시 나가노는 지역 발전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올림픽을 유치했다. 대회가 끝난 뒤 남은 것은 17조원이라는 엄청난 빚뿐이었다. 나가노시는 올림픽 이후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도시는 급격히 쇠락했다. 세금을 견디지 못한 나가노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나가노현은 2000년 이후 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도 적자 올림픽의 대명사다.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을 통해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던 캐나다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밴쿠버시는 준비 과정부터 예산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다. 선수촌을 고급 콘도로 개조해 매각하려던 계획이 실패하면서 큰 낭패를 봤다. 결국 100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500억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을 퍼부었던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는 ‘가장 비싼 올림픽’이자 ‘가장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새로 지어진 시설물은 14개. 이 가운데 사후 활용되는 곳은 1~2개뿐이다. 나머지는 방치 상태다. 매년 2조원이 넘는 돈이 유지비로 날아가고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안타깝게도 시작도 하기 전에 ‘저주’에 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변이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무관중으로 개최했던 도쿄올림픽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 베이징 올림픽공원 모습. 사진=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은 인류가 처한 (코로나) 터널의 끝이자 빛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며 “우리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이벤트의 운명을 걱정했던 때와 같은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도 기대했던 올림픽 열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올림픽이 열릴 베이징은 외부 인원 유입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다. 이달 말 춘제(중국의 설) 연휴기간을 앞두고 중국 전역에 이동 자제령이 내려진 상태다. 올림픽을 통한 흥행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은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중국식 통제와 폐쇄 방역 정책을 똑같이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출전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백신 접종은 물론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기장과 선수촌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심지어 중국은 올림픽 관련 모든 이들에게 손톱만한 칩이 들어 있는 반창고를 붙여 일일이 실시간 추적 관리하기로 했다. 각국 참가 선수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이 촉발한 ‘외교적 보이콧’도 큰 악재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1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공식대표를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신장지역 인권 탄압이 명분이다. 이후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가세했다.

외교적 보이콧이 올림픽 대회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국가 선수들은 경기에 정상적으로 참가한다. 하지만 “전 세계에 멋진 올림픽을 선보이겠다”고 큰소리를 쳤던 중국의 자존심은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와 운영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