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복제인간까지…SF 활짝 열어제친 '한국CG'

by박미애 기자
2021.04.14 06:00:00

‘승리호’(왼쪽)와 ‘서복’(오른쪽)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할리우드 시스템 밖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스토리와 세계관은 다소 진부하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필적하는 작품이다.”

지난 2월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공개된 뒤 넷플릭스 영화 전체 1위를 차지한 ‘승리호’에 대해 미국 영화리뷰 웹사이트 로튼토마토에 실린 단평이다. 영화의 스토리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나 CG(VFX)나 비주얼에 대해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견됐다.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국내 상업영화에서 첫 시도한 우주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오는 15일 극장과 OTT 플랫폼 티빙을 통해 동시 공개하는 ‘서복’(감독 이용주)은 국내 상업영화에서 다뤄진 적 없는 복제인간이 소재다. 국내에서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CG 기술이 발달하면서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했던 우주와 복제인간 소재 영화들이 국내에서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13일 영화계 종사자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의 CG는 블록버스터의 성장과 함께 해왔다. 영화산업 내 CG는 1994년 ‘구미호’에서 첫 도입된 뒤 판타지 장르인 ‘은행나무 침대’(1996) ‘퇴마록’(1998)을 거쳐,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기준’이 된 ‘쉬리’(1999)의 성공 이후 영화산업 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CG를 입힌 블록버스터 영화는 한국영화의 양적 성장에 기여했다.

1761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흥행 1위를 기록 중인 ‘명량’을 비롯해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명) ‘국제시장’(1425만명) ‘괴물’(1301만명) ‘신과함께-인과 연’(1227만명) ‘부산행’(1156) ‘해운대’(1145만명) 등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기록 중인 영화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관과 상상 속의 대상들을 생생하게 구현해낸 덕분에 천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다. 특히 ‘신과함께’ 시리즈와 ‘승리호’가 한국 CG의 새 장을 펼쳤다고 평가받는데, 이 작품들은 총 분량의 80% 이상이 CG로 완성됐다. ’신과함께’의 경우 순제작비로 350억원이 투입됐는데 40%의 비용이 CG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영화의 CG 비용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10~25%에 불과한 것이다. ‘승리호’의 정성진·정철민 슈퍼바이저는 “한국의 기술이 (할리우드와) 작업 경험, 노하우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술적 차이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승리호’의 경우 8개 업체, 1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는데 이를 조율하는 ‘VFX매니지먼트 시스템’과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 덕분에 퀼리티를 높이면서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CG는 한국영화의 저변을 넓히며 질적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크리처, 판타지, SF 등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SF 영화들이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데 ‘승리호’ ‘서복’ 외에 ‘외계인’(감독 최동훈) ‘더 문’(감독 김용화) 그리고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 주목받는 ‘고요의 바다’까지 대중과 만난다. SF 콘텐츠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은 한국 CG 기술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관련 기술의 수출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VFX 부문은 2015년부터 한한령의 타격을 입기 전인 2017년까지 매년 2배 가까운 성장을 했다. 2015년 1817만 달러 규모에서 2016년 3609만 달러, 2017년 6595만 달러로 늘었다. 또한 VFX, 3D, 사운드, 특효 등 기술서비스 중에서도 VFX 수출이 9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 됐다. 급격히 성장 중인 OTT 시장도 VFX 산업에 고무적이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국내 VFX 업체들과 협업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활발하게 제작하고 있다.

강종익 덱스터스튜디오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콘텐츠 사업이 타격을 입기는 했으나 OTT 시장이 커지면서 VFX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넷플릭스에 이어서 디즈니+, 애플TV+ 등 신규 업체들이 뛰어들면 콘텐츠 산업에 더 많은 자본이 들어올 것이고 덩달아 VFX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어 “OTT 플랫폼 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 현지 콘텐츠를 만들 때 현지 시스템과 인력을 이용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질 것이고 실제 저희 쪽에 그런 의뢰가 있기도 했다”며 “현지화 작업을 위한 협업과 교류를 통해서 거꾸로 우리의 기술이 세계로 뻗어가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