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된 중장년 팬덤]②소비 주축 떠오른 5060…엔터 지형도 바꿔

by김보영 기자
2020.09.11 06:00:00

트롯 스트리밍 185% 증가…월간차트 100위권 진입도
"높은 충성도 무시 못해"…중장년 타깃 방송 봇물
트롯 공연 관객 수 2배 성장…지난해 6만 3000여명
임영웅 등 광고모델 블루칩으로…"보장된 구매력"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높은 구매력을 갖춘 중장년층 ‘오팔 세대’가 ‘트롯’을 매개로 팬덤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며 엔터업계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낡은 장르로 여겨졌던 ‘트롯’을 주류 장르로 끌어올려 방송, 음원, 공연 시장에 영향을 주고 트롯 가수들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들까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왼쪽부터)쌍용자동차가 공개한 임영웅 화보, 영탁이 광고하는 예천양조 ‘영탁 막걸리’. (사진=쌍용자동차, 예천양조)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시간, 정신적 여유를 갖추고 있다. 변화에 민감한 청년층 세대와 달리 특정 콘텐츠, 상품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 장기적인 구매 효과가 보장된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취향에 따라 엔터, 광고 시장 구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지니뮤직)
지난 6월 음원사이트 지니뮤직이 1월 말 처음 트롯 차트를 오픈한 뒤 지난 5월까지 4개월간 트롯 음원 스트리밍 수 변화 추이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트롯 음원 스트리밍 수는 전년 대비 185%나 증가했다. 아울러 트롯곡들이 트롯차트뿐 아니라 월간 차트 100위권에 진입하는 현상까지 목격되고 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트롯을 좋아하는 중장년층은 원래도 많았지만 ‘미스터트롯’을 계기로 이들이 결집을 이뤄 팬덤을 결성하면서 그 영향력이 더 강해졌다. 예전에는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트롯곡이 월간차트 100위권에 드는 경우가 없었는데 지금은 ‘미스터트롯’ 출전곡은 물론 출전 가수들이 새로 낸 신곡들까지 100위권에 진입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년층 팬덤의 높은 충성도를 고려했을 때 음원 시장에서 트롯 장르의 성장세와 전문성은 더 높아질 것이며 트롯 차트, 음원의 사용성도 훨씬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롯 예능의 롱런 흥행을 바탕으로 중장년층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방송 프로그램들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MBN ‘보이스트롯’과 SBS ‘트롯신이 떴다’는 ‘미스터트롯 후발주자’란 쓴소리에도 꾸준히 10% 이상 시청률을 내며 화제를 모았고 ‘미스터트롯’ 톱7이 출연하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 학당’도 10~2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외 다양한 플랫폼, 콘텐츠에 두루두루 관심을 갖는 1020 팬덤에 비해 중장년층 팬덤은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연예인과 이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 충성도가 훨씬 높다”며 “지겨움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일각의 비판에도 트롯 소재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쇼플레이)
콘서트, 광고 시장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트롯 콘서트 관객들은 지난 2018년 상반기 2만 8800명에서 ‘미스트롯’을 계기로 지난해 상반기 6만 3000명까지(인터파크 기준)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미스터 트롯’의 전국 콘서트 역시 코로나19로 잠정 연기되기 전인 지난 3월 20일 기준 티켓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10분 만에 2만석이 완판됐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통해 중장년 팬덤이 커지며 콘서트계의 큰 손이 되고 있다”며 “트롯을 콘서트 시장 주류로 끌어올린 것도 이들”이라고 말했다.

광고업계에선 임영웅, 김호중 등 중장년 팬덤이 두터운 ‘미스터트롯’ 출신 신성 가수들이 모델계의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 데이터에 따르면 임영웅이 출연한 쌍용자동차의 ‘G4 렉스턴’ 광고는 누적광고시청률 401.9%를 기록하며 지난 5월 한 달 기준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광고로 집계됐다. 영탁이 찍은 예천양조 ‘영탁 막걸리’ 광고는 지난 5월 첫 TV 광고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누적 시청자 1977만명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