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코트 없는 루마니아 출신' 할레프, 생애 첫 윔블던 우승
by이석무 기자
2019.07.14 00:15:17
|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레프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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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전 세계랭킹 1위 시모나 할레프(7위·루마니아)가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10·미국)를 꺾고 생애 첫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3800만파운드·약 558억원) 우승을 차지했다.
할레프는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세트스코어 2-0(6-2 6-2)으로 간단히 제압했다.
이로써 할레프는 윔블던 첫 우승이자 지난해 프랑스 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우승으로 우승 상금 235만 파운드(약 34억7000만원)도 손에 넣었다. 루마니아 출신 선수가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것은 할레프가 최초다.
반면 윌리엄스는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인 24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할레프에게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윌리엄스는 2017년 9월 딸을 출산한 뒤 지난해 상반기부터 코트에 복귀한 뒤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에 이어 올해 윔블던까지 메이저 대회 결승에 세 차례 진출했지만 모두 결승에서 무릎을 꿇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할레프는 이날 결승전 이전까지 윌리엄스와 10번 맞대결을 펼쳐 1승9패로 밀렸다. 윌리엄스의 일방적인 우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0살이나 어린 할레프의 기동력이 빛을 발했다. 할레프는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뛰어다녔다. 반면 윌리엄스는 유난히 몸이 무거워 보였다. 할레프의 좌우 코너를 찌르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할레프는 윌리엄스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기분좋게 출발했다. 이후에도 계속 윌리엄스를 몰아붙여 6-2로 첫 세트를 간단히 따냈다. 1세트 동안 걸린 시간은 불과 25분에 불과했다.
2세트도 할레프의 각도 깊은 샷이 빛을 발했다. 윌리엄스는 할레프의 좌우 깊은 샷을 받아내기에 급급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범실을 쏟아냈다.
2-2 동점에서 윌리엄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하면서 승기를 잡은 할레프는 이후 내리 4게임을 따내면서 불과 55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윌리엄스는 이날 실책을 25개나 저지르며 스스로 자멸했다. 반면 할레프의 실책은 겨우 3개 뿐이었다.
이 대회 전까지 투어 이상급 대회 단식에서 18차례 우승했지만 잔디 코트 우승은 2013년 딱 한 번 뿐이었던 할레프는 “루마니아에는 잔디 코트가 하나도 없다”며 “이렇게 체격이 크고 파워도 뛰어난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우승한다고는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기 시작 전에 윌리엄스를 의식하기보다 준비한 경기에 전념하자고 다짐했다”며 “윌리엄스는 한 번 경기력을 찾으면 도저히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기 때문에 초반부터 틈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고도 말했다.
이후 세계 랭킹 300위권에 머물다가 2009년 가슴 축소 수술을 받고 정상급 선수로 급성장한 사실이 늘 화제로 따라다니는 할렙은 “10살 때 엄마가 ‘테니스에서 성공하려고 한다면 꼭 윔블던 결승에는 올라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번 우승으로 제 소원이던 올잉글랜드클럽 회원이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