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①스포엔 스포로? 관람풍속도 바꾸는 광풍

by박미애 기자
2019.04.30 06:40:00

‘어벤져스:엔드게임’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어벤져스:엔드게임’ 개봉 3일째인 지난 26일 오후 2시. 2차 관람으로 아이맥스 3D 버전을 보기 위해 영화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용아맥’(용산CGV 아이맥스)을 찾았다. 영화가 아무리 열풍이라 해도 개봉 첫째 날도 아니고 몇 자리는 있겠지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거짓말 조금도 안 보태고 남은 자리는 달랑 하나. 그마저도 보자마마자 사라졌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흥행 돌풍을 넘어 광풍이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예매율 최고 98% △ (개봉 전) 예매량 최고 230만장 △ 오프닝 최고 133만명 △ 일일 최고 166만명 등 국내에서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다. 또 예매사이트 접속 지연, 암표 기승, 불법 영상 유출 등의 상황을 속출하며 광풍 흥행이 관람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특별관이 일반관보다 더 인기다. 특별관 티켓팅이 ‘피켓팅’(피가 튀는 티켓팅)에 비유될 정도다. 특별관이 일반관보다 2배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용산 아이맥스 3D 티켓은 2만원을 훌쩍 넘는다. CGV 관계자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첫 주말 용산점 아이맥스 티켓은 한, 두 좌석을 빼놓고 매진”이라며 “아이맥스 관람의 만족감이 크다 보니 5월 첫째 주까지는 품귀현상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초대형에 고화질을 자랑하는 아이맥스뿐 아니라 움직임과 물·바람 등 효과로 실제 같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4DX 티켓도 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특별관을 선호하는 관객에게 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격보다 즐거움·만족감의 극대화가 더 중요하다. ‘가성비보다 가심비’라는 소비의 트렌드가 ‘어벤져스:엔드게임’에 적용되고 있다.

‘마블민국’이라더니 회사를 쉬면서까지 본다. 스포일러 당하기는 싫고 일 마치고 보자니 티켓팅이 어렵고.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보기 위해 연차·반차 휴가를 낸다. 드라마 ‘앨리맥빌’(1997~2002) 때부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직장인 박소연(36)씨는 개봉 첫날 평일인 24일 롯데시네마 신림에서 첫회 영화를 봤다. 소연씨는 “오전 7시 일반 상영관이었는데도 첫째 줄을 빼놓고 좌석이 다 찼다”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시작할 때에는 소리없이 조용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웃기도 하고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고 상영관 분위기를 들려줬다. 그는 “상영관을 나오면서 살펴보니 넥타이에 정장 차림을 한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회사로 출근하는 것 같았다”며 “나도 마블을 좋아하지만 한국의 마블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흥행 광풍의 이면에 상영 및 좌석점유율 80%를 웃도는 스크린 독과점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벤져스:엔드게임’의 높은 상영 및 좌석점유율은 관객에 의해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기존의 독과점 논란과 다르다. 관객 주도의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사실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공교롭게도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흥행과 맞물려 오히려 관객의 반감을 얻고 있다”며 이례적 현상을 지적했다. 윤 평론가는 “영화는 문화산업”이라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관객의 볼 권리를 보장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객은 MCU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본다. 관객에게 마블영화는 관람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관객은 MCU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패러디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양산하고, MCU에서 던져놓은 ‘떡밥’들은 해석하며 놀이문화를 만들어갔다. 관객은 MCU를 통해서 영화를 대중문화로서 더 친숙하게 받아들였다. 관련 굿즈도 불티나게 팔렸다. 개봉 첫날 마블과 조립식 블록 레고의 콜래보레이션 제품은 2000여개 완판됐다. 이날 찾은 용산CGV에서도 마블 굿즈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행렬을 만날 수 있었다. 스포일러에 대한 대응도 갖가지다. 스포일러 때문에 해외에선 폭행 사건까지 일어나고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SNS 등 온라인을 차단하기도 한다. ‘앤트맨의 타노스 항문 공격(?)설’처럼 스포일러에 스포일러로 상황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어벤져스:엔드게임’ 개봉 직후 극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박수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김명호(33)씨는 “영화가 끝났을 때 한 번, 엔딩 크레디트에서 또 한 번 총 두 번의 박수가 터졌다”며 “어벤저스 1세대와 이별하는 의미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마블영화와 함께 보낸 나의 20대를 떠나보내는 환송의 의미도 있었다”고 얘기했다.

어벤저스 멤버들과 타노스 군대의 전면전을 그린 ‘어벤져스:엔드게임’은 2008년 ‘아이언맨’부터 시작, 2019년 ‘캡틴마블’까지 확장된 MCU의 지난 11년을 정리하는 대단원이다. 21편의 영화는 전 세계에서 183억 달러(약2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국내에서 1억58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4일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은 5일 만에 631만명을 동원했다.

‘어벤져스:엔드게임’ 특별관 상영과 관련 굿즈가 인기인 26일 CGV용산아이파크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