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앙리를 적으로 만나게 된 '제2의 앙리' 음바페

by이석무 기자
2018.07.10 06:00:00

프랑스 축구대표팀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 사진=AFPBBNews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서 조국 프랑스를 꺾어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한 벨기에 수석코치 티에리 앙리. 사진=AFPBBNews
프랑스 주전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가 어린 시절 티에리 앙리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트위터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단연 ‘무서운 10대’ 킬리안 음바페(19·프랑스)다.

음파베는 조별리그 페루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려 프랑스의 최연소 월드컵 득점자로 이름을 새겼다. 이어 ‘축구의 신(神)’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혼자 2골을 터뜨려 1958년 펠레(브라질) 이후 월드컵에서 멀티 골을 터뜨린 첫 10대 선수가 됐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몸값(이적료 1억8000만 유로. 약 2400억원)의 소년인 음바페는 이제 펠레가 1958년 그랬던 것처럼 조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음바페가 속한 프랑스는 11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벨기에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운명의 4강전을 펼친다.

음바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바로 티에리 앙리(41)다. 앙리는 음바페와 마찬가지로 10대 시절 스타로 떠오른 뒤 오랜 기간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음바페의 모습을 보면서 앙리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음바페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바로 ‘제2의 앙리’다. 엄청난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며 골을 넣는 모습이 앙리와 꼭 닮았다. 육상선수 출신이었던 앙리도 스피드에 관한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음바페는 4강전에서 자신의 우상인 앙리를 적으로 만난다. 바로 벨기에의 수석코치가 앙리이기 때문이다.

앙리는 1998년 프랑스의 유일한 월드컵 우승을 이끈 주인공이다. 2014년 현역 은퇴 후 지도자 수업을 밟아온 앙리는 2016년부터 벨기에 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을 보좌해왔다.

현역 시절 아스널에서만 228골 93도움을 기록한 앙리는 벨기에 대표팀 공격수들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다. 로멜루 루카쿠를 비롯해 벨기에 공격수들은 앙리와 함께한 뒤 기량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8강전까지 14골을 터뜨린 벨기에의 화끈한 공격 본능 속에는 앙리의 DNA가 녹아있다.

음바페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앙리를 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직 익숙지 않다. 음바페는 최근 프랑스 축구전문매체인 ‘텔레풋’과의 인터뷰에서 “4강전에서 앙리를 보게 되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그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그는 엄청난 선수가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고 말했다.

이어 “앙리도 프랑스 사람이다. 그 역시 우리를 바라보면 이상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실 가장 난처한 인물은 앙리다. 앙리는 이번 4강전을 앞두고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앙리 더비’로 불리는 이번 경기에서 어디가 이기던 앙리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