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신의현, 가족의 힘으로 일궈낸 동계패럴림픽 첫 金
by이석무 기자
2018.03.19 06:00:00
| 동계패럴림픽 사상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신의현이 18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모든 종목의 경기를 마친 후 가족들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아내 김희선씨, 신의현, 딸 은겸이, 어머니 이회갑씨, 아들 병철이, 아버지 신만균씨.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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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어머니 사랑합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가 열린 17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는 우리나라의 신의현(38·창성건설)이었다.
신의현은 이 종목에서 22분28초40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리고는 오열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7종목에 출전해 두 팔로만 60km 넘게 달린 ‘철인’ 신의현이 드디어 금메달의 한을 푸는 순간이었다. 이는 한국 장애인 스포츠가 오랜 기간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다.
신의현의 패럴림픽 금메달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를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해준 어머니 이회갑(68) 씨와 아내 김희선(31) 씨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결과였다.
신의현은 대학교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학 졸업 전날에 자동차를 몰고 가다 맞은편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의사는 ‘다리를 자르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하지 절단 동의서에 묵묵히 이름을 적었다.
신의현은 며칠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그의 두 다리는 잘려나간 뒤였다. 교통사고보다도 더 큰 좌절이었다. 하루 아침에 사라진 다리를 보고 “왜 저를 살려냈어요”라고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강했다. 어머니는 “다리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아들을 위로했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을때도,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을때도. 깨어나 눈물을 흘리며 좌절할때도 어머니는 울지 않았다. 조용히 아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신의현은 하루아침에 혼자 힘으론 거동도 못 하는 장애인이 됐다. 3년간 집밖에 나오지 않았고 식음도 전폐했다. 사실상 폐인의 삶을 살았다. 그런 아들 옆을 어머니는 늘 지켰다.
신의현에게 다시 인생의 빛을 선물한 것은 스포츠였다. 역시 어머니의 권유였다. 장애인복지관에서 휠체어 농구를 시작하면서 희망을 발견했다. 원래 운동 소질이 남달랐다. 신의현은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밤 농사를 도우면서 힘을 키웠다. 스포츠를 통해 신의현의 삶은 다시 시작됐다.
신의현은 금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동안의 파란만장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신의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어머니를 웃게 해드려 기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눈물을 꾹 참았던 어머니도 신의현이 금메달을 따는 순간에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 이회갑씨는 “의현이가 아팠을 때도 눈물을 꾹 참았는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다“라며 ”고난을 이겨낸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의현의 곁에는 베트남 출신의 아내 김희선씨의 금빛 내조의 힘도 컸다. 원래 베트남 이름이 마이 킴 히엔인 아내는 19살이던 2006년 신의현에게 시집왔다. 한국에 오면서 ‘김희선’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신의현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휠체어 농구를 하면서 집안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 됐다. 총남 공주에서 밤 농사를 크게 짓는 시부모를 도와 집안일과 농사일을 책임졌다. 운전면허 자격증을 직접 취득한 것은 물론 지게차 운전 기술까지 배웠다.
심지어 매일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는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한식과 중식 요리사 자격증까지 땄다. 딸 은겸(11)이와 아들 병철(9)이도 훌륭하게 키우는 등 신의현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역할을 다했다.
긍정적인 성격을 타고 났다는 김희선씨는 신의현이 메달을 따지 못해 힘들어하자 “메달을 못따도 좋으니 다치지만 말고 돌아와라”고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 신의현이 차분하게 대회를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힘이 컸다.
평소 아내에게는 무뚝뚝한 남편이라는 신의현도 금메달을 딴 뒤에는 고마움을 마음껏 전했다. 신의현은 “금메달을 따서 멋진 아빠, 멋진 남편이 되고 싶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응원온 날, 아내가 대통령의 시선을 막을 만큼 열성적으로 응원해줬다. 남은 평생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한국 선수단의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한 신의현은 선수단과 정부 포상금을 합쳐 2억1800만원에 이르는 엄청난 포상금을 받게 됐다. 신의현은 향후 계획에 대해 “계속해서 핸드사이클과 노르딕스키를 병행할 계획이다. 동계 패럴림픽 노르딕에서 좋은 결과 있도록 후배 양성을 하고 싶다”면서 “2022년 베이징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