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퍼트 달인 되려면…방향보다 거리감 중요해”

by조희찬 기자
2017.11.08 06:00:00

이승현이 지난 5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기뻐하는 모습(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골프에서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말은 정설처럼 내려왔으나 최근 세계 주요 프로골프 투어에선 장타 없이 살아남기 어렵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인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우드로 300야드를 넘게 치고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박성현(24)도 장타로 미국 무대를 평정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이승현(26)은 최근 골프의 흐름을 거스른다. 7일 기준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108위(234.53야드)에 불과하다. 상금랭킹 톱10에 있는 선수 중 이승현보다 짧게 치는 선수는 없다. 이승현을 제외하면 상금랭킹 6위 김지현2(26)이 57위(243.56야드)로 가장 짧고, 대부분은 20위권 또는 그 이상을 친다.

235야드도 보내지 못하는 이승현은 퍼트로 돈을 벌고 있다. 올해 평균 퍼트 수 2위에 올라 있다. 2010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래 단 한 번도 평균 퍼트 수에서 4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샷과 퍼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퍼트를 선택하겠다”고 외치는 이승현이 7일 이데일리와 만나 ‘영업 비결’을 전수했다.

이데일리와 만난 이승현은 공을 놓을 때 로고(또는 공에 그려진 라인)와 퍼터 면을 수직으로 놓는 일반적인 방법과 달리 평행으로 놓은 후 정확한 스트로크가 이뤄지는지 본다고 설명했다. 이승현이 자신의 퍼트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조희찬 기자)
◇공 방향, 스트로크 세기에 따라 달라져

이승현은 공이 굴러가는 방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스트로크 세기에 따라 공이 가야 할 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 아마추어가 퍼트 라인에 맞춰 공에 그려진 로고(또는 선)을 일직선으로 맞추는 것과 달리, 이승현은 퍼터의 면과 공의 로고를 평행하게 놓는다. 백스윙보다 임팩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임팩트 때 공과 퍼터의 면이 평행이 돼 정확한 스트로크가 이뤄지고 공이 페이스의 중심(스위트스폿 Sweet spot)에 맞게 된다. 이에 앞서 퍼트 하기 전에는 3차례 연습하면서 머릿속으로 공이 굴러가는 라인을 상상한다. 공 10~20cm 앞에 가상의 점을 찍고 연습 스윙과 같은 세기로 친다.

이데일리와 만난 이승현이 거리별 백스트로크 길이를 설명하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사진은 5야드, 두 번째 사진은 10야드, 세 번째 사진은 15야드를 보낼 때 이승현이 하는 백스트로크 길이다.(사진=조희찬 기자)
◇백(Back) 스트로크 길이, 어느 정도 기준 필요해



이승현은 퍼트에서 ‘손 감각’이 가장 중요한 것에 동의하지만 백스트로크 길이에 어느 정도 기준점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발걸음으로 공과 홀 사이의 거리를 재고 난 후 오른발을 기준으로 백스트로크의 길이를 조절한다.

이승현은 공과 홀의 거리를 5야드씩 끊어 백스트로크 길이를 정한다. 다섯 걸음이면 5야드로 계산하고 퍼터를 오른 새끼발가락까지 끌고 간다. 열 발걸음이면 오른발 넓이 만큼 더 뒤로 퍼터를 가져간다. 그보다 더 긴 거리는 같은 넓이 만큼 뒤로 뺀다. 백스트로크의 속도와 퍼터를 앞으로 보내는 속도가 일정해야 매번 비슷한 거리를 보낼 수 있다고 이승현은 설명했다.

이데일리와 만난 이승현이 퍼트 그립 시범을 보이고 있다. 왼쪽 사진은 일반 클럽을 잡는 방법이다. 오른쪽 사진은 이승현이 퍼트시 잡는 그립이다.(사진=조희찬 기자)
◇일반 그립보다 오른손 조금 열고 쳐야

퍼터를 어떻게 잡는가는 스트로크에 영향을 준다. 이승현은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쥘 때처럼 퍼터를 잡는다. 다만 일반 클럽과 달리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오른손 엄지 밑 부분을 조금 열어 부드럽게 잡는다.

퍼터의 그립을 자주 교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마추어들이 간과하는 것이 퍼터 그립 교체다. 아이언과 드라이버 그립은 자주 갈아주지만 퍼터 그립까지 신경 쓰는 골퍼는 드물다. 대회 출전이 많은 이승현은 1년에 3~4차례 퍼터 그립을 교환한다. 이승현은 “퍼터는 가장 자주 사용하는 클럽이기에 땀이 그립에 더 많이 묻을 수밖에 없다”며 “라운드가 회수에 따라 1년에 1~2번 퍼터 그립을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