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인 듯 벼슬 아닌' 연예인 가족

by김윤지 기자
2017.10.24 06:10:00

사진=SBS ‘싱글와이프’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장면1. “연예인 가족은 ‘금수저’인가요?” 최근 방송가에 쏟아진 비난이다. 가족 예능 열풍이 거셌던 탓이다. SBS가 대표적이다. 연예인의 모친이 출연하는 ‘미운 우리 새끼’, 연예인의 아내가 출연하는 ‘싱글와이프’ 모두 SBS 프로그램이다. 연예인과 자녀가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부지기수다. tvN ‘수업을 바꿔라 시즌2’, E채널 ‘내 딸의 남자들2:아빠가 보고 있다’, JTBC ‘나의 외사친’ 등이 방영 중이다. 누군가에겐 절실한 방송 기회가 연예인 가족이란 이유로 손쉽게 주어졌다는 일부 비난이다.

장면2. “시장에서 물건 값 한 번 깎아 본 적 없어요.” 한 한류스타 어머니의 넋두리다. 그는 유명인사의 가족으로 사는 고충을 토로했다. 연예인인 자녀와 달리 어머니는 일상을 사는 ‘생활인’이었다. 10여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퇴근 후에는 가족들을 챙기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었다. 그럼에도 누군가 자신을 주목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늘 자신을 짓눌렀다. 애연가였던 남편은 담배도 끊었다. 건강도 이유지만 혹시 자신의 행동이 자녀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에서였다.

연예인 가족을 바라보는 상반된 두 가지 시선이다. 연예인의 가족이란 이유로 후광을 등에 업고 득을 취하기도, 행동의 제약을 받기도 한다. 연예인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연예인 가족이 일반인인 경우 해명에 힘이 실리지 않거나 실제와 다른 뜬소문이 덧붙여져 기정사실이 되기도 한다. 모든 화살과 피해는 연예인에게 돌아간다. 결국 연예인이든 그의 가족이든 책임감에 따라 신중히 행동해야 하는 문제다.

최근 유명 식당 대표 A씨가 개에 물린 후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의 개에 정강이를 물렸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엿새 후인 10월 6일 눈을 감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선 요즘이다. 반려동물 산책 시 목줄·입마개의 필요성을 비롯해 관련 법 제정과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진=tvN
견주(犬主)의 실명이 보도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문제의 개는 인기 아이돌인 슈퍼주니어 최시원의 가족이 기르는 개였다. 최시원은 실명 보도 후 즉각적으로 SNS를 통해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의 한 사람으로 큰 책임감을 느낀다. 항상 철저한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부주의로 엄청난 일이 일어나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사과했지만 소용없었다. 여론은 사건의 본질을 떠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일각에서 최시원과 최시원의 가족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일반인인 최시원의 가족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되는가 하면, 초반 사망 일자가 잘못 알려지면서 일부 인신공격성 악플이 이어졌다. 그동안 ‘호감 이미지’였던 최시원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최시원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출연 중인 tvN 토·일 미니시리즈 ‘변혁의 사랑’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유족은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사이버 감옥’에선 더 혹독한 처벌이 내려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류스타의 가족은 “연예인의 가족은 일반인이면서 일반인이 아니”라면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지만, 잘못된 소문이라도 나면 더 거센 비난을 받는다. 해명하기도 쉽지 않다. 가족의 선택을 존중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연예인 가족이 마냥 특혜를 누린다는 시선이 씁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