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멀티 캐스팅 흥행 부담 덜해…이종석 마음속 응원”(인터뷰)
by박미애 기자
2017.08.23 06:00:00
| ‘브이아이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장동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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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현장은 더 재미있고 흥행은 덜 부담스럽고 좋던데요.”
장동건이 멀티 캐스팅 영화에 한 말이다. 장동건은 3년 만에 컴백작으로 ‘브이아이피’을 선택했다. ‘브이아이피’에는 장동건을 비롯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한 명 한 명이 주연 몫을 해내는 배우들이 나온다. 원톱, 투톱 영화들에 출연했던 장동건에게 멀티 캐스팅 영화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장동건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 웨스트 19번지에서 ‘브이아이피’로 인터뷰를 하면서 “장점이 많고 단점은 적었다”며 이번 영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브이아이피’는 웰메이드 누아르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의 새 영화다. 감독의 전공인 누아르고 캐스팅이 화려해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기획 귀순이라는 소재도 신선하다. 영화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장동건은 극중에서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았다. ‘우는 남자’에 이어 또 누아르 장르지만 장동건의 이미지는 익숙한 듯 낯설다.
“남성적인 영화들이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누아르를 좋아하고요. ‘대부’나 ‘원스 어폰 어 타임’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 자랐고, 홍콩 누아르에 열광했던 세대거든요. 박재혁(배역)은 ‘브이아이피’의 시작을 열고 끝을 닫는 역할인 데다, 네 인물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입체적인 캐릭터라 끌렸어요. 박훈정 감독에 대한 신뢰도 컸고요.”
‘브이아이피’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장동건과 이종석이 대립하는 장면이다. 장동건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연기를 실감나게 표현한 이종석을 치켜세웠다.
“종석이가 그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어울린다’ 싶으면서도 ‘의외다’라고 생각했어요. 종석이 입장에서 악역을 한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 갈증이 있다는 게 느껴졌죠. 현장에서도 큰 마음 먹고 온 게 느껴졌어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알겠더라고요.”
장동건도 이종석처럼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던 때가 있었다. 악역을 자처하거나 저예산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에게 덧칠해지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곤 했다.
“저한테는 ‘해안선’이 그런 영화였어요. 먼저 찾아가서 하고 싶다고 했었죠. 종석이도 박훈정 감독에게 먼저 연락했대요. 종석이의 마음이 어떤 건지 짐작이 도니까 마음 속으로 응원하게 되더군요.”
장동건의 작품 속 이미지는 ‘상남자’지만 ‘성인남자의 사랑은 이런 거야’라며 로맨틱한 모습으로 여심을 흔들었던 적도 없지 않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다. 인기리에 방송됐던 작품이고 장동건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스스로 배역을 더 즐기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신사의 품격’ 같은 드라마를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런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즐기지를 못했어요. 이제는 저를 더 내려놓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런 작품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여배우들도 저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고요.”(웃음)
잘생긴 외모를 인정하는 농에 웃음이 터졌다. 정우성과 함께 ‘잘생김’을 대표하는 배우인데 그 뒤를 이을 만한 후배가 있냐는 물음에 “아직은 없다”는 반박불가 답변으로 웃음을 키웠다. 이따금씩 점잖게 던지는 농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가족에 대해서도 편안하게 얘기했다. 장동건은 고소영과 사이에서 1남1녀를 둔 두 아이의 아빠다. 요즘은 애들을 키우며 예전에 몰랐던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단다.
“아이들이 크면서 뭔가를 새롭게 할 때마다 그렇게 신기할 수 없어요. 얼마 전에 촬영을 하다가 발가락을 다쳤는데 큰 애가 전화해서 걱정을 하더라고요. 아이가 여덟 살인데 진심으로 제 걱정을 한다고 느껴지니까 뭔가 뭉클했어요. ‘이런 게 행복이구나’ 느꼈죠.”
한동안 작품 활동이 뜸했던 장동건은 ‘브이아이피’를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브이아이피’와 함께 ‘7년의 밤’으로 올해 한 차례 더 관객과 만난다. 내년에는 현빈과 함께 출연한 영화 ‘창궐’로 스크린 활동을 이어간다.
“예전에는 작품을 고를 때 좋은 점 70 안 좋은 점 30이면 안 좋은 점 30 때문에 고사를 했던 적이 많아요. 그래서 20년 넘게 연기를 했는데도 작품 수가 많지 않아요. 후회되더라고요. 그렇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선택을 했는데도 안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는 좋은 점 70을 보면서 선택하려고요. 좀 더 작품 활동을 많이 할 생각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