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네덜란드에게도 참패...네덜란드, 브라질WC 3위

by이석무 기자
2014.07.13 06:53:14

네덜란드의 로빈 판 페르시가 브라질과의 3·4위전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무너진 삼바축구’ 브라질이 끝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존심을 다시 구겼다.

브라질은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3·4위전에서 네덜란드에 0-3으로 패했다.

이로써 브라질월드컵 3위는 네덜란드에게 돌아갔다. 네덜란드는 그토록 원했던 우승은 아쉽게 놓쳤지만 2회 연속 월드컵 4강에 오르면서 3위에 올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반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브라질은 4위에 머물렀다.

브라질은 4강전에서 독일에게 당한 1-7 참패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준결승전에서 부진했던 공격수 프레드와 헐크, 왼쪽 풀백 마르셀루 등을 빼고 대신 조와 윌리안, 하미레스를 좌우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경고 누적으로 4강전에 나오지 못했던 티아구 실바도 선발에 복귀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로빈 판 페르시와 아르옌 로벤이 투톱으로 나섰고 베슬레이 스네이더르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2선 공격을 책임졌다. 조별리그부터 꾸준히 나선 주전 멤버들이 이날도 스타팅 멤버로 그대로 나섰다.

준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씻겠다는 브라질 선수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선수들은 여전히 갈팡질팡했고 준결승전처럼 수비가 와르르 무너졌다.

브라질은 전반 3분 만에 실점했다. 로벤의 빠른 돌파의 수비가 무너졌다. 실바가 다급하게 로벤을 막으려고 애썼지만 옷을 잡아채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실바는 다시 경고를 받아야 했다. 키커로 나선 판 페르시가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켜 선제골로 연결했다.

브라질의 추가 실점은 후반 16분에 나왔다. 로벤이 데 구즈만에게 연결해준 패스를 데 구즈만이 왼쪽에서 크로스로 연결했다. 이를 브라질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가 걷어내려고 했지만 공은 네덜란드 미드필더 달레이 블린트 앞에 갔다. 블린트는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라 브라질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허무하게 2골을 내준 브라질은 오스카와 윌리안을 중심으로 총공세에 나섰지만 네덜란드의 단단한 5백 수비를 뚫지 못했다. 몇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최후방 수비에게 걸렸다.

브라질은 후반전 페르난지뉴, 에르나네스, 헐크를 잇따라 교체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브라질의 공격은 너무나 단조롭고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네덜란드는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며 2골 차 리드를 지키는데 주력했다.

브라질 관중들의 야유 속에 브라질은 남은 시간 총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오히려 추가골을 넣은 쪽은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브라질 수비가 올라온 틈을 놓치지 않고 역습을 전개했다.

로벤의 패스를 받은 다릴 얀마트가 안쪽으로 패스를 찔러줬고 이를 조르지오 바이날둠가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브라질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루이스 반 할 네덜란드 감독은 3골 차로 앞서나가자 23인 엔트리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골키퍼 미셸 보름을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브라질 팬들은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네덜란드는 비록 3위지만 마치 우승팀처럼 환하게 웃으며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한 번의 패배(승부차기는 무승부로 기록) 없이 3위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반면 브라질은 4강전에 이어 3·4위전까지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향후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했다. 허리부상에도 불구,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과 함께 했던 네이마르도 고개를 떨군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