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골프장③]구조조정이 살 길
by이석무 기자
2014.02.28 06:02: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때 대한민국에서 골프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비싼 가격의 골프회원권이 불티나듯 팔려나갔던 시기가 있었다. 너나 나나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젠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다. 현재 골프장은 위기다.
지난해 전체 174개 골프장 가운데 84개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레저산업연구소 발표자료). 법정관리 중인 골프장도 30개가 넘는다. 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영업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더한 골프장의 적자규모가 2009년 1453억원, 2010년 2556억원, 2011년 2677억원에 이른다. 곧 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골프장 산업의 부실을 타개할 방안으로 대형 프랜차이즈를 언급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방식은 자금력이 뛰어난 골프장과 대기업, 사모펀드가 손을 잡고 위기에 빠진 골프장을 직접 인수,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사례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선 골드만삭스가 설립한 골프장 프랜차이즈 아코디아골프와 론스타의 퍼시픽골프매니지먼트 홀딩사 등 두 군데가 일본 골프장 매출의 7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둘 다 100개가 훨씬 넘는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매년 13%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프랜차이즈 골프장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관리 인력의 통합 운영과 골프장 운영 장비, 식음료 등의 대량 구매로 인건비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프랜차이즈 골프장 그룹을 추진 중이다. 골프존과 트룬골프가 대표적.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업체인 골프존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손을 잡고 전북 고창의 ‘선운산CC’를 인수해 ‘골프존 카운티 선운’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어 최근에는 ‘골프클럽Q안성’을 인수하는 등 프랜차이즈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 20여 곳을 추가로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적인 골프장 운영회사인 트룬골프는 골프장 설계회사인 로버트트렌트존스, 삼일PwC 회계법인, 법무법인 태평양 등과 함께 골프장 구조조정 전문법인인 ‘더골프그룹’을 출범시켰다. 부실 골프장 50곳 이상을 한꺼번에 인수해 프랜차이즈 골프장 그룹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부에선 회원들이 직접 주주가 되는 회원 위주 골프장 운영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회원들이 골프장 경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이익과 손실도 일정부분 책임지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