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싸이·JYJ·타블로

by조우영 기자
2012.09.20 07:12:06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위기에 처한 때가 곧 약진할 기회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새기게 되는 말이다. 요즘 가요계는 더욱 그렇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스타들이 ‘잘 나가는’ 시대다.

싸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싸이는 20일 현재 ‘강남스타일’ 한국어 노래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HOT) 100’ 톱10을 넘보고 있다. 지난 14일 해당 차트에 64위로 입성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 인기 TV쇼와 현지 라디오에서 ‘강남스타일’ 방송횟수가 크게 증가했다. 미국 아이튠즈 싱글차트인 ‘톱송즈(TOP SONGS)’서도 4일째 1위를 고수 중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21일 갱신 되는 빌보드 차트서 ‘강남스타일’은 20위권 내 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다. 지난 2001년 잘 생기고 예쁜 가수들이 판치는 가요계에 ‘양’(양아치)스럽게 등장한 싸이는 ‘엽기’로 치부됐다. 대중은 ‘나 완전히 새 됐어’라고 외치는 기묘한 노래와 독특한 외모를 주목했지만 이후 그의 가수 인생은 다사다난했다.

대마 1년, 자숙 1년, 대체복무 3년, 재판 1년, 현역 2년, 합이 8년, 데뷔 12년에 활동 4년. 이것이 일약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가수 싸이(PSY·본명 박재상)의 함축적인 이력이다.

데뷔하자마자 ‘새’처럼 비상하던 그는 대마초 흡입 사실이 적발돼 곧 활동을 접었다. 2006년 병역 특례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마친 그는 ‘싸집’(4집) 수록곡 ‘연예인’으로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랐으나 또 한 번의 시련에 부닥쳤다. 부실 근무 의혹으로 현역으로 재입대했다. 남자들에게는 꿈에라도 나올까 두려운 사상 초유의 일이 그에게 벌어진 거다.

여기에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소문도 수년간 그를 괴롭혔다. 싸이는 실제 자신의 기록과 친일파 인명사전을 비교해 확인하기까지 했다. 나중에 싸이와 친일파 논란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마초·군 문제·친일파 논란 모두 한국 사회에서 민감한 사안들이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기 쉽지 않을 것 같던 싸이는 오히려 이를 유머 코드로 삼았다. 결국 ‘군대를 두 번 다녀온’ 그는 뭘해도 용서되는 속칭 ‘까임 방지권’을 가진 몇 안 되는 가수 중 한 명이다.

JYJ(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JYJ는 2009년 7월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버리고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법적 분쟁은 물론 무대에 서는 것조차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무대에 오른다 해도 부를 곡이 없었다. 재중과 준수의 곡이 다수 있었음에도 동방신기 이름으로 등록된 저작권법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버텼다”며 스스로를 더욱 담금질했고,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첫 정규 앨범에 자작곡으로 80%를 채웠다.

팬들의 반응은 좋았다. 아이돌 그룹이 앨범 수록곡을 자작곡으로 대부분 채운 것은 JYJ가 처음이다. 음악적 완성도가 높았다. JYJ는 아이돌을 넘어 싱어송라이터이자 아티스트 그룹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국내 무대 대신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전화위복이 됐다. JYJ는 지난 3월 페루 공연을 끝으로 약 1년간의 월드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남미까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현재 솔로 활동 중인 준수는 혼자서 월드 투어를 돌며 수 만 명의 현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앞서 드라마와 뮤지컬에 눈을 돌린 게 전방위적 인기를 얻는 발판이 됐다. 유천은 ‘옥탑방 왕세자’, ‘성균관 스캔들’ 등으로, 준수는 뮤지컬 ‘모차르트’와 ‘천국의 눈물’을 통해 배우로 인정받았다. ‘닥터진’으로 가능성을 엿본 재중은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자칼이 온다’로 대활약을 예고했다. 가수뿐 아닌 한류 배우로 성장한 JYJ는 19일 미국 사이트 ‘올케이팝’서 네티즌이 뽑은 2012년 가장 영향력 있는 K팝스타로 뽑혔다.

한때 최정상에 섰던 그들이기에 그간 맛본 인생의 쓴맛은 JYJ를 더욱 성숙하게 했다. 사생팬 폭행 사건 등 갖은 악성 루머도 견뎌냈다. 뜻대로 풀리지 않아 포기하고 싶었을 위기의 순간에도 이들은 오히려 팬들을 안심시키며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블로(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타블로는 그간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학력 위조 의혹에 시달려 2년이 넘는 세월을 암흑 속에 보냈다. 법원이 그의 스탠퍼드대 졸업 사실을 확인해주고, ‘타진요’(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명예를 회복하는 동안 그는 ‘열꽃’(타블로의 첫 솔로 앨범명)을 피웠다.

그의 곪은 상처는 다시 아물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 그럼에도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인의 남편이기에 분노하고 울부짖기보다 음악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솔로 앨범서 ‘비록 한숨이지만 다 고마운 숨’이라고 했다. 높은 지적 수준에 더해진 고뇌의 시간은 그의 음악을 진일보하게 했다.

실제로 그의 음악은 외국 힙합 평단에서 호평받고 있다. ‘열꽃’ 파트 1·2 두 장의 음반은 미국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2위와 5위에 나란히 진입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간 빌보드 월드앨범 차트에서 톱 10안에 동시에 이름을 두 번 올린 이는 타블로가 유일하다.

타블로는 연내 에픽하이로 돌아온다. 지난 7월 미쓰라진·DJ투컷이 YG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면서 컴백에 탄력을 받게 됐다. 수많은 음악 팬이 그와 에픽하이가 들려줄 음악을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