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1박2일`]①우연이 만든 짜릿한 기적 `베스트7`

by양승준 기자
2012.02.27 06:00:00

▲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사소한 움직임이 나중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KBS2 인기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시작도 미약했다. 지난 2007년 8월5일 첫 방송 시청률이 9.3%(AGB닐슨미디어리서치). `1박2일`은 여행을 하며 게임을 하는 보편적인 소재로 시청자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러다 2010년 3월에는 시청률이 39.3%까지 치솟았다. 예능프로그램으로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이웃 같은 예능이 된 `1박2일`. 그 마력의 비결은 비단 보편성뿐 만은 아니었다. `1박2일`은 여행하다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우연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동시에 프로그램에 신선한 재미도 불어넣았다. 그 우연 속에 멤버들의 새로운 캐릭터도 탄생했다. 4년 6개월 만인 26일 시즌1 종영을 맞은 `1박2일`. 그래서 준비했다. 리얼 야생 프로그램 `1박2일` 속 우연이 빚어낸 기적. 그 숨겨진 뒷담화를 `1박2일` 출발부터 함께한 나영석 PD와 이우정·최재영 작가에게 들었다.
▲ 지상렬과 강호동
최 작가: 2007년 8월5일. 충북 영동 첫 여행을 잊을 수 없다. 특히 지상렬이 아침당번에 걸려 낚시를 하러 갔다가 몰래 매운탕 사 먹으려다 강호동한테 `역습` 당하는 장면. 압권이었다. 짜인 상황이 아닌 `1박2일`의 첫 번째 돌발상황. 방송의 정체성을 잡게 했던 사건이었다. `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란 생각도 들었고. 지상렬이 정말 무서워했다. 그때 나는 지상렬과 같이 있었는데 강호동이 오는 줄 모르고 있었다. 매운탕 주문해놓고 `넋 놓고` 있다가 급습당했다.
▲ 소설가 이외수(사진 아래)
이 작가: 지금 생각하면 자유여행의 전설이 아닌가 싶다. 당시 촬영은 `3단 우연`이 웃음으로 승화됐다. 먼저 김C와 이외수와의 인연이 신기했다. 김C가 이외수와 친하다며 이외수집으로 여행을 가자고 할 줄 누가 알았겠나. 우리는 두 사람이 전화하는 사이인 줄도 몰랐다. 그러다 이동 중에 황당한 퀴즈 대결이 또 한 번의 웃음을 줬다. `포유류는 고통을 느끼나 느끼지 못하나`였는데 정말 이건 대본에 없었다. 멤버들끼리 서로 얘기하다 죽자고 덤벼든 거다.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탁구경기다. `1박2일`의 저질 탁구는 여기서 탄생했다. 이외수 집에 문하생들이 많아 탁구대가 있었다. 거기서 뜻하지 않게 MC몽과 이승기가 게임을 했는데 너무 못했다. 정말 웃기더라. 그럼에도, 긴장감이 넘쳤다. 다시 한번 느꼈다. 역시 리얼 예능은 `현장박치기`가 최고구나. 참고로 그때 상근이가 지원이 바지에 오줌도 쌌다.
▲ `1박2일` 게릴라콘서트
최 작가: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도 우연이 만든 잊지 못할 추억이다. 당시 촬영이 무전여행 콘셉트였다. 그래서 MC몽이 백 원 씩 모아 음료수 사 먹으려고 작게 벌인 일이 `사건`이 돼 버렸다. 최소 천 명 이상은 왔던 것 같다. 정말 놀랐다. 웃자고 벌인 일이 죽자고 커져 당황하기도 했다.



아 작가:정말 우리도 `이거, 뭐야` 하면서 촬영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이 `짠 거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정말 현장에서 우연하게 벌어진 공연이었다. 리얼의 종착역이었다랄까. 학생들이 교내 방송해주고 R.O.T.C(학군사관후보생)친구들이 사람 모아주며 흥을 돋웠다. 심지어 당시 노래를 틀 CD가 없어 음원을 현장에서 바로 다운받아 썼다.
▲ MC몽
이 작가: 제작진이 연예인을 외면하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온다. MC몽은 게임에 져 낙오가 결정, 대청도에 매니저랑 단둘이 갔다. 어떻게 보면 제작진의 직무유기인 거다. 사실 MC몽 분량도 크게 신경 안 썼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난리가 났더라. 숭어 잡느라 고생하는 건 기본. MC몽 매니저가 바지 찢어졌다며 포댓자루로 바지 만들어 입고. MC몽은 버려진 바구니를 주워다 5시간 만에 숭어잡이에 성공했다. 더불어 해병대 에피소드도 생각난다. 당시 MC몽과 따로 다녔던 강호동 이수근 등은 해병대 군인들과 모내기를 하다 연을 맺었고 결국 씨름게임까지 이어졌다. 강호동이 17년 만에 다시 방송에서 샅바를 잡은 거다.
▲ 연기자와 스태프 잠자리 복불복
이 작가: `1박2일` 멤버들과 스태프 사이 신경전이 장난 아니었다. 6명의 멤버와 70명의 스태프가 야외취침을 걸고 한 즉석 내기였다. 일명 `6대 70`이었다. 심지어 비까지 와 더욱 긴장감이 형성됐다. 경기도 박빙이었다. 탁구 복식은 스태프가 이겼고, 족구는 멤버들이 이겼다. 일대일로 비긴 상황에서 멤버들이 줄넘기 대결에서 승리했다. 그때 멤버 매니저들 읍내 나가 천막 등 사려고 상점 문 두드리고 난리가 났다. 진짜 재미있었다. 다들 황당해서 비 오는데 웃으면서 `셀카` 찍고 그랬다. 사실 스태프들은 돈 받고 일해주는 분들이라 이런 게임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그런 게 없다. 촬영 감독 및 조명 감동 등 현장 스태프들 대부분이 함께 오래 일해와 서로 눈치 보고 그런 게 없다. 사소한 신경전이 70명을 밖에서 재우는 대참사가 됐다.
▲ 박찬호

최 작가: 박찬호 선수가 손가락으로 깐 병뚜껑이 탁구대 맨 끝줄에 닿았다. 탁구대 끝 선에 그것도 반은 밖에 걸쳐져 있는 수준이었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 박 선수 덕분에 멤버 네 명은 야외취침에서 구제됐다. 박 선수는 `입수의 신`만이 아니었다.
▲ 은지원과 강호동
나PD: 은지원이 `무섭당`(은지원·엄태웅·이승기) 대표로, 강호동이 `바보당`(강호동·이수근·김종민)이 대표로 나와 누가 자기 팀을 규합해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느냐가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 아이템을 낸 제작진의 `꼼수`는 어떻게 두 사람이 서울이란 복잡한 도시에서 이른 시간에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까였다. 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런 상황을 예상했다. 하지만, 은지원이 판을 키웠다. 길을 찾는 대신 교란 작전을 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은지원이 이수근에게 전화해 "강호동 믿지마라"고 교란했다. 그래서 강호동이 이수근과 함께 떠나는 데 무려 한 시간이나 늦어졌다. 제작진도 공황이었다. `은지원, 왜 저러지?`란 생각도 들었다. 그 때 `아, 역시 멤버들에게 100을 주면 200~300으로 만들어내는구나`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