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성 "韓日전, 개인적으론 마음 아픈 일"

by송지훈 기자
2011.01.25 07:00:00

▲ 일본대표팀 훈련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참가한 이충성(사진=송지훈 기자)

[도하(카타르) = SPN 송지훈 기자] 재일동포 4세로 귀화와 함께 일본축구대표팀에 발탁된 미드필더 이충성(산프레체히로시마/일본명 리 타다나리)이 아시안컵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맞대결을 벌이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충성은 25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소재 알 아흘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대표팀 훈련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참석해 한국 취재진과 스탠딩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충성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과 일본의 풍습을 모두 잘 알고 있다"면서 "아시안컵 결선 토너먼트에서 두 나라가 맞대결을 벌이게 된 건 개인적으로 마음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충성은 올 시즌 J리그 클럽 산프레체히로시마에서 11골을 터뜨리며 득점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재일동포 4세 공격자원이다. 지난 2004년에 우리나라의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으나 끝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2007년에 일본 국적을 취득해 일본올림픽대표팀에 합류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일본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직후에는 수준급 득점 감각을 인정받아 A대표팀에 발탁됐다. 지난 9일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본선 B조 조별리그 1차전(1-1무)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출장해 45분간 뛰며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충성은 "그간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 많은 오해를 받았다"면서 "최근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 직후 '한국전에 골을 넣고 싶다'는 요지로 기사가 나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관련해 "내가 말하고자 한 바는 이후에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고 언급한 그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말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충성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ameblo.jp/lee-tadanari)를 통해 '나에게 조국은 한국과 일본 모두이며, 한-일 양국 모두를 존경한다는 신념에 대해 아쉬워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과 한국 양쪽의 문화 속에서 자라온 내겐 양국이 맞대결을 벌이게 된 상황에 대해 기대감과 아픈 마음이 교차한다'고 적었다.

한국 핏줄이면서도 축구선수로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일본대표팀을 선택한 이충성이 한일전을 앞두고 '뿌리'와 '현실' 사이에서 '중간자적 고민'을 거듭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충성은 씩씩했다. "지금 나는 일본대표팀의 일원으로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입장"이라며 자신의 현재 위치를 되새긴 그는 '한국축구대표팀을 평가해달라'는 우리 취재진의 요구에 "한국이 진짜 잘한다"는 답변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이충성은 25일 밤10시25분 카타르 도하 소재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아시안컵 4강전 출장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