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 진출 특집 3> 월드컵 최종 예선 이끈 영웅들
by송지훈 기자
2009.06.07 03:10:59
| ▲ 이란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박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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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추첨식 직후 언론과 축구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최악의 조 편성'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껄끄러운 중동팀이 세 나라(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나 포함된 데다 '어려운 상대' 북한과 재회한 까닭이다.
때문에 두 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은 한국대표팀의 성적표는 더욱 돋보인다. 최종예선 진출 이후 허정무호가 값진 기록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을 경기별로 꼽아봤다.
▲1차전(vs 북한) - 영웅의 탄생, 기성용
허정무 감독은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 홍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최종예선 첫 번째 경기(1-1무)를 앞두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기성용(서울)은 허 감독이 주도한 '영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발된 뉴페이스로, 5일 전 열린 요르단과의 평가전(1-0승)에 이어 두 번째 A매치였던 북한과의 경기서 '대형사고'를 쳤다.
기성용은 북한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해 0-1로 끌려가던 후반23분, 김두현(웨스트브로미치)의 크로스를 멋진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하며 북한의 골네트를 흔들어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날 A매치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기성용은 한달 뒤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3-0승)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르게 된다.
▲2차전(vs 아랍에미리트) - 황태자의 등장, 이근호
'골 결정력 부족'을 끊임 없이 지적받던 허정무호는 아랍에미리트와의 최종예선 2차전에서 대승(4-1)을 거두며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당시 최전방에서 골 사냥을 주도한 주인공이 2골을 폭발시킨 이근호(주빌로이와타)다.
2008베이징올림픽 본선 무대서 무득점에 그쳐 '8강행 실패의 장본인'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던 이근호는 전반20분과 후반35분, 두 차례나 골을 폭발시키며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거듭났다. 1골1도움으로 맹활약한 '캡틴' 박지성(맨체스터Utd.)의 활약 또한 빛났다.
▲3차전(vs 사우디아라비아) - 19년의 한을 풀다, 이근호
이근호는 최종예선의 최대 고비로 여겨진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경기서 후반31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리(2-0)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승점3점을 거머쥔 한국은 1989년 10월 1990이탈리아월드컵 예선 승리(2-0) 이후 19년간 이어져 온 무승(3무3패) 징크스마저 벗어던지며 활짝 웃었다.
강적 사우디아라비아를 격파한 한국은 2승1무(승점7점)로 B조 1위에 올라서며 2위 이란에 2점차로 앞서 본선행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근호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박지성, 추가골을 성공시킨 박주영(AS모나코), 이 경기서 A매치 100번째 경기에 출장해 '센츄리 클럽'에 가입한 이영표(도르트문트) 등도 주목 받았다.
▲4차전(vs 이란) - 명실상부 에이스, 박지성
주장 완장을 차고 '프리미어리그급 리더십'을 선보이던 박지성이 전력의 구심점이자 에이스로서의 존재 가치를 보여줬다. 지난 2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최종예선 원정경기서 박지성은 0-1로 뒤진 후반35분, 몸을 날리는 헤딩슈팅으로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경기 내내 효율적인 패스와 날카로운 프리킥을 선보인 기성용 또한 돋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박지성의 활약상을 뛰어넘진 못했다.
▲5차전(vs 북한) - 조용한 암살자, 김치우
지난해 2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 이후 4연속 무승부를 기록 중이던 북한과의 맞대결이었기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 경기였다. 후반 막판까지 0-0 상황이 이어지며 5번째 무승부가 현실화되는 듯했으나 후반42분 김치우가 왼발 프리킥을 북한의 골 네트에 꽂아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3일 전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2-1승)에서도 선제골을 성공시켰던 김치우는 A매치서 2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신바람을 냈다.
▲6차전(vs 아랍에미리트) - 젊은 피의 투혼 박주영 기성용
승리할 경우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는 상황이라 경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박주영이 가슴으로 볼을 트래핑 한 후 약간 균형을 잃은 상황에서도 감각적인 슈팅을 시도해 첫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미드필더 기성용은 상대 GK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표범처럼 달려들어 추가골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