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파문' 백지영, "나를 한 없이 비하했다"...눈물로 밝힌 그 후

by양승준 기자
2009.03.12 01:31:41

▲ 가수 백지영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죽고 싶었다.”

가수 백지영이 동영상 파문으로 힘들었던 당시 심경과 자신의 변화된 인생에 대해 한 방송에 출연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백지영은 11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동영상 파문 관련 기자회견 당시는 쇼크상태였다. 이미 모든 일이 벌어진 후라 그 어떤 생각조차 없었다”며 “소속사가 준비한 정리된 서류를 읽고는 왠지 모르게 나오는 눈물을 흘린 것 말고는 기자회견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백지영은 또 “인터뷰를 할 때 당시 얘기를 하면서 나는 가지고 있는게 많다고 말했지만 사실 조금 과장된 말이었다”며 “당시 나에겐 진짜로 남은 게 없었다. 당시 호텔에서 기자들을 피해 2주 동안 지냈는데 9층 난간에서 밑을 내려다 보며 단순히 죽고 싶다가 아니라 여기라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백지영은 동영상 파문 이후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본 가족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백지영은 “음악적 재능이 있었던 동생은 제 사건을 지켜보며 음악을 그만뒀다”며 “나 때문에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다. 그 때는 한 없이 나를 비하했다”고 전했다.

백지영의 동영상 파문으로 힘들어했던 것은 동생 뿐이 아니었다. 당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자식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생각에 본인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 근무처에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백지영은 “유교적인 사회에서 그 것도 공무원이었던 부모님이 딸이 다른 스캔들도 아니고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것은 용납이 안됐을 것”이라며 “그래서 기자회견 전에는 2주 동안 집에도 못갔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후 날 봤을 때 아무말도 안하시고 ‘힘들었지?’라고 말씀해 주시는 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더라”고 울먹였다.



백지영은 이에 “아직도 그 상처가 남아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다”며 “그 때를 생각하면 부모님에 대해 감사한 마음 뿐이고 이를 추억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가수 백지영

동영상 파문의 그늘은 백지영에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동영상 파문 이후 반 년도 안돼 다시 3집을 들고 가수로 컴백한 백지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오히려 전보다 더 냉담했다. 자숙의 시간도 갖지 않고 너무 빨리 방송에 복귀한 게 아니냐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당시 백지영의 컴백은 자의가 아니었다. 전 소속사와 3집까지 계약을 한 상태였고 백지영은 3집은 이렇게 빨리 못하겠다고 했지만 소속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새 음반을 내게 된 것이다.

백지영은 “당시 라디오 공개방송에 나갔는데 앞줄에 앉은 어린 학생들이 나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있더라”며 “너무 충격이었고 그런 시간들이 한동안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중파 방송에서는 캐스팅을 꺼려했고, 행사를 가면 손님 중 과일이나 빨대를 던지고 막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백지영은 여기서 주저 앉지 않았다. 과거의 역경은 백지영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백지영은 "당시 사건으로 인해 밑바닥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지금 제가 이 위치에서 노래하고 있을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이십대라는 나이에 일찍 그런 일을 겪으면서 제 30대는 오히려 평탄해졌다”며 “또 이런 나의 과거사로 인해 내가 ‘사랑 안 해’ 같은 노래를 더 저만의 노래로 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가수 백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