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미상까지 정복…美 매료시킨 K콘텐츠의 경쟁력
by김보영 기자
2022.09.14 05:30:01
넷플릭스 "韓 논하지 않고 글로벌 엔터 말하기 힘들어"
'기생충'·'미나리' 아카데미→'오겜' 에미상으로 정점 찍어
신선한 소재·보편성…B급 장르도 A급으로 승화되는 섬세함
OTT 약진 기회 삼은 국내 제작자·CJ 등 대기업 투자 한몫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국을 빼놓고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논하기 힘들다.”
지난 7월 넷플릭스가 주최한 K예능 상견례 행사에서 등장한 말이다. 불과 2개월만에 K콘텐츠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방송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에미상까지 석권하며 이 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K콘텐츠의 위력은 이미 K무비 열풍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닌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오스카)는 ‘사실상 로컬(지역) 축제’란 꼬리표가 따라붙을 정도로 배타적 색채가 강했다.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견고한 인종과 자막의 벽을 뚫고 최고 권위상인 작품상 등 4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K콘텐츠의 위력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듬해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으면서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 K콘텐츠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K무비의 활약상이 K콘텐츠의 세계적 주목도를 높였다면, 지난해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가 세계 콘텐츠 시장의 주류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분수령이 됐다. 단기간에 전세계 넷플릭스 최고 시청 시간을 경신한 것은 물론, 미국에서 열리는 각종 현지 시상식을 휩쓸며 ‘최초’의 역사를 썼다.
미국 영화 시상식의 정점이 ‘아카데미’라면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한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으로 꼽힌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올해 74회를 맞은 전통 깊은 행사다. 기술진 및 스태프에게 수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시상식과 감독 및 주, 조연 배우들에게 수여하는 프라임타임 시상식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미국 TV 및 글로벌 OTT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상하지만, 현지색이 짙어 비영어권 드라마가 수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 배우가 수상한 것도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산드라 오가 이 시상식의 후보에 13차례 오른 적이 있지만 수상에 성공하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팝문화의 성지인 미국을 매료시킨 K콘텐츠의 경쟁력은 ‘신선한 소재’와 ‘보편성’에서 비롯된다고 입을 모은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공간 소재로 전세계가 공감할 계급 격차를 표현했고 ‘미나리’는 한인 이민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좇기 위해 이민을 택한 수많은 미국인들의 결핍감과 상실감을 환기시켰다”며 “‘오징어 게임’도 456억 원이 걸린 지극히 한국적인 생존 게임이 미국인들에게 새롭게 느껴졌겠지만 자본주의와 빈부격차에 대한 화두라는 메시지는 보편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에선 B급 장르로 불리는 좀비물, 서바이벌, 액션 장르도 특유의 감정선과 섬세한 연출력으로 A급으로 탄생시키는 만듦새도 K콘텐츠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OTT의 약진과 콘텐츠 발전을 위한 국내 대기업의 아낌없는 투자도 톡톡히 기여를 했다. 국내 제작자들은 이를 토대로 부지런히 움직여 코로나19 장기화에서 비롯된 극장의 위기를 OTT란 플랫폼을 통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었다.
CJ ENM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K콘텐츠의 영역을 재빨리 글로벌로 확장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미국의 주요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한 뒤 애플TV+ ‘세브란스: 단절’ 등 TV시리즈를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제작까지 나서는 등 미국에 작품을 납품하고 수입하던 ‘한국’의 지위를 본격적인 제작자의 위치로 끌어올린 CJ ENM의 노력과 투자를 빼놓고 K콘텐츠의 성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