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반짝 인기 NO…K콘텐츠 넘어 K플랜트 시대

by김가영 기자
2021.10.29 04:00:30

[한류, K콘텐츠 넘어 K플랜트로]
"콘텐츠 문의서 제작시스템, 플랜트에 대한 관심으로"
스튜디오드래곤, 美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파트너십
감독·배우 이어 스태프들도 해외 진출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10’ 1위, 월드랭킹(플릭스패트롤 기준) 1위를 한 ‘오징어 게임’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의 인기가 콘텐츠를 만드는 노하우에 대한 해외 각국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콘텐츠 수출을 넘어 이를 만드는 인력과 제작 시스템으로 옮겨붙으며 K열풍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한류가 K콘텐츠를 넘어 K플랜트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셈이다.

28일 국내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 콘텐츠 시장 규모가 큰 지역들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 오랫동안 한류가 큰 인기를 끌었던 지역들에서도 협업을 해보고 싶다고 제안을 해오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해외 매체의 호평을 받은 넷플릭스 ‘킹덤:아신전’ 포스터(사진=넷플릭스)
박승룡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사업본부장은 “불과 몇해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콘텐츠 수입에 대한 문의가 많이 왔는데 현재는 우리 제작 시스템, 플랜트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단순히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같이 기획하고 우리의 제작 노하우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제작을 하자는 것”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 유명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력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인정받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시장은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데 실제 협의가 성사돼 새로운 콘텐츠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걸 알면서도 한국의 낯선 제작사들에 협업을 제안한다는 것은 결과물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쌓였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제작사들의 제안은 콘텐츠 원천 소스, 새로운 스토리의 발굴과 공동 콘텐츠 기획, 제작 등이다. 박 본부장은 “미국 등 한국 작품들의 입지가 그다지 넓지 못했던 지역의 현지 센터에서도 협력 제안이 늘었다는 걸 체감적으로 느낄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도 있다. ‘스위트홈’, ‘킹덤:아신전’, ‘사랑의 불시착’ 등을 제작한 국내 대형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글로벌 콘텐츠 공동제작과 투자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협력을 시작했다. 이들은 tvN 드라마로 인기를 끈 ‘호텔델루나’ 리메이크를 공동 기획 및 제작하기로 했으며,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의 ‘더 빅 도어 프라이즈(The Big Door Prize)’ 공동 기획 제작 계약도 체결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스카이댄스의 협력은 국내 제작사들의 해외 협업 방향에도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우리가 가진 제작 노하우와 시스템을 알리는 것은 콘텐츠 산업 자체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의 협업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작사 A사 측은 “협업을 해서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는 해외와 협업을 했을 때 얼마나 더 발전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돈만 벌고 스킬을 전수하는 경우라면 고사를 하는 게 맞다. 글로벌 제작사가 우리만큼 혹은 그 이상의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어서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IP를 보유해서 양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경우라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 포스터
K콘텐츠의 인기로 인해 커진 K스태프에 대한 관심은 벌써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스태프들도 많다. 영화 ‘올드보이’, ‘스토커’, ‘신세계’, ‘아가씨’ 촬영을 책임진 것으로 유명한 정정훈 감독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최초의 촬영감독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현재 미국에 정착해 ‘호텔 아르테미스’, ‘커런트 워’, ‘좀비랜드:더블탭’ 등에 참여했으며 ‘라스트 나잇 인 소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남한산성’으로 ‘영화 촬영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에너가 카메리마주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개구리상’을 수상한 김지용 촬영감독은 ‘라스트 스탠드’에 참여한 바 있으며, 이외 무술 감독들도 해외시장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들이 우수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한국 제작 스태프들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스태프들의 해외진출도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감독·배우뿐 아니라 촬영감독, 미술감독 등 스태프들에게까지 러브콜이 활발한 것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확인시키는 또 하나의 사례다.

영화감독, 배우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의 작품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영국 BBC의 드라마인 ‘리틀 드러머 걸’로 첫 TV드라마에 도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미국 드라마인 ‘동조자’의 연출도 맡아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호흡을 맞춘다. JK필름 대표인 윤제균 감독은 CJ ENM의 지원을 받아 할리우드에서 ‘케이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K-Pop: Lost in America·가제)를 연출한다. 마동석은 영화에 슈퍼 히어로를 내세우는 마블의 신작 ‘이터널스’에 길가메기 역으로 출연을 했으며 박서준도 마블 영화인 ‘더 마블스’ 출연을 확정 지었다. 유태오는 ‘미나리’ 제작·배급사 A24와 CJ ENM이 공동 투자 및 제작에 나서는 영화 ‘페스트 라이브즈’에 출연을 결정했으며, 전종서는 최근 조니 뎁, 해리슨 포드, 제시카 알바, 샤를리즈 테론 등이 속해 있는 미국 유명 에이전시 UTA와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