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엔하이픈·킹덤… 전세계가 반한 '고품격 세계관' [스타in 포커스]
by윤기백 기자
2021.06.14 06:00:00
에스파, 아바타 활용 '메타버스 세계관'
엔하이픈, 자기성찰적 세계관 '큰 반향'
킹덤, 마블 뺨치는 판타지 세계관 눈길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K팝 세계관을 주목하라.”
그룹 에스파(aespa), 엔하이픈(ENHYPEN), 킹덤(KINGDOM) 등 고품격 세계관을 갖춘 아이돌이 속속 등장, K팝 전성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은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한 음악과 퍼포먼스, 방대한 세계관을 담아낸 스토리텔링으로 전세계 음악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세계관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세계 팬들과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라며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수익모델 구축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K팝 기획사들이 세계관을 갖춘 아이돌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가 론칭한 신인 그룹 에스파(aespa)는 아바타를 활용한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뷔곡 ‘블랙맘바’와 두 번째 활동곡 ‘넥스트 레벨’을 통해 아바타 ‘ae’(아이)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블랙맘바’를 찾기 위해 ‘광야’(KWANGYA)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세계관 스토리를 방대하게 펼쳐내고 있다.
에스파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아티스트 멤버(카리나·윈터·지젤·닝닝)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현실과 가상의 중간 세계인 ‘디지털 세계’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며 성장해가는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현실세계’의 멤버들과 ‘가상세계’의 아타바 멤버들, 그들의 곁에서 서포트해주고 조력자 역할을 하는 ‘가상세계’ 속의 신비로운 존재들이 그룹의 멤버로서 현실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신개념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문화산업포럼에서 “에스파는 셀러브리티와 아바타가 중심이 되는 미래 세상을 투영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의 그룹으로 탄생할 것”이라며 “에스파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그들의 음악과 가사, 그리고 MV를 포함한 영상 콘텐츠 등 모든 IP(지식재산권), 비주얼, 퍼포먼스 외에도 매력적인 스토리를 통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빅히트 뮤직’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론칭한 엔하이픈은 Mnet 서바이벌 ‘아이랜드’를 통해 결성된 그룹이다.
엔하이픈은 붙임 기호 ‘하이픈’(-)이 뜻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7명의 소년이 ‘연결’되어 서로를 ‘발견’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음악을 통해서는 사람과 사람, 세계와 세계를 잇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이들은 동시대의 이야기를 담아 자기성찰적 세계관으로 전세계 10대 팬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더불어 트렌디한 음악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무장, 각종 신기록을 써 내려가며 ‘레코드 브레이커’라는 수식어를 당당히 꿰찼다.
첫 앨범 ‘보더 : 데이 원’은 경계에 선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지의 경계에 선 소년들이 마주하는 이야기와 복잡한 감정들, 이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낮과 밤의 경계에 놓인 ‘새벽’(DAWN)과 ‘황혼’(DUSK) 두 가지 버전의 비주얼 콘셉트로 표현했다. 데뷔 타이틀곡 ‘기븐-테이큰’(Given-Taken)은 긴 여정 끝에 엔하이픈이란 이름으로 팀을 이루게 된 일곱 멤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갖게 되는 복잡한 감정을 담았다. 화려한 데뷔라는 꿈의 실현이 멤버들에게 주어진(Given) 것인지, 아니면 멤버들이 스스로 쟁취한(Taken)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투영, 데뷔와 동시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행복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안과 생존을 향한 절박함을 동시에 느끼는 상반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지난 4월 발매한 두 번째 앨범 ‘보더 : 카니발’은 데뷔 후 마주한 색다른 세상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담았다. 위 아래과 뒤집힌 듯 정신이 없고 경계가 무너진 낯선 환경이 신기하면서도 혼란스럽지만, 축제 같은 분위기에 도취되고 사람들의 시선과 환호에 이끌려 점점 카니발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느낌에 빠져드는 모습을 표현했다. 타이틀곡 ‘드렁크-데이즈드’(Drunk-Dazed)는 데뷔 후 경험한 세계에 대한 진솔한 감상을 담았다. ‘기븐-테이큰’이 데뷔의 기회가 멤버들에게 주어진 것인지 스스로 쟁취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면, ‘드렁크-데이즈드’는 현란한 카니발에 도취되어 가는 소년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미국 그래미는 지난달 30일 엔하이픈을 ‘라이징 아티스트’로 선정하며 “새 앨범 ‘보더 : 카니발’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더 복잡하고 흥미로워지는 자신들의 ‘자기성찰적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목했다.
GF엔터테인먼트에서 20년 만에 론칭한 보이그룹 킹덤은 ‘7개의 왕국, 7인의 왕’을 주제로 한 방대한 세계관을 펼쳐내고 있다.
지난 2월 발매된 첫 앨범 ‘히스토리 오브 킹덤 : 파트 1. 아서’는 ‘비의 왕국’ 아서를 주인공으로 킹덤 세계관의 서막을 알린 앨범이다. ‘파트1. 아서’에서는 본인의 출생을 모른 채 성장해온 순진한 소년이 바위에 꽂혀 있는 검을 뽑은 뒤 힘의 기반인 ‘킹메이커’를 위해 신성한 왕위에 오르는 이야기를 담았다. 더 좋은 세상으로 킹메이커를 이끌기 위해 무거운 사명감을 짊어진 선택을 받은 자인 아서, 왕으로서의 무게감과 세상을 향한 당당한 외침을 투영했다.
타이틀곡 ‘엑스칼리버’는 진정한 ‘킹’ 아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냈다. 왕이 되기 이전의 아서로부터 왕에 오른 아서가 되기까지의 드라마를 독특한 멜로디와 감각적인 가사로 담아냈다. 퍼포먼스에서는 ‘킹’ 아서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수십 명의 댄서와 함께 칼을 들고 무대에 올라 ‘칼군무’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같은 서사는 뮤직비디오에도 촘촘히 반영됐으며, 영상 말미에는 마블 영화 속 쿠키 영상처럼 다음 이야기에 대한 힌트를 주며 기대감을 부여했다.
성적도 좋다. 킹덤은 첫 활동만으로 미국, 영국 등 해외차트에서 ‘차트인’하는 등 두각을 드러냈으며, 타이틀곡 ‘엑스칼리버’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무려 200만뷰에 육박하는 등 전세계 음악팬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더불어 대대적인 프로모션 없이도 수십만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는 등 2021년 데뷔 그룹 중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킹덤의 세계관이 주목받고 있는 비결은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판타지 세계관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아서라는 멤버, ‘엑스칼리버’라는 곡, 검을 활용한 다이내믹 퍼포먼스, ‘킹’ 아서의 이야기를 영화처럼 풀어낸 뮤직비디오까지, 누구나 쉽게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냈다. 퀄리티도 높다. 방대한 세계관이 음악,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등 앨범 전반에 촘촘히 배어들었고, 킹덤 멤버들은 물론 함께 무대에 오르는 댄서의 의상까지도 디테일 하나 놓지지 않았다. 덕분에 킹덤의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접한 글로벌 팬들은 하나같이 “블록버스터를 본 기분”, “판타지 영화 속 주인공을 본 것 같다”, “게임에 로그인하듯 킹덤에 빠져버렸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 등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킹덤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고윤영 GF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세계관을 내세우는 팀은 많지만, 세계관이 음악에 잘 녹아있는 팀은 많지 않다”라며 “킹덤은 세계관과 동떨어지지 않은 곡을 내세우는 팀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킹덤의 세계관이 향후 데뷔할 소속사의 또 다른 그룹의 세계관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라며 “이른바 ‘GF엔터테인먼트 유니버스’, ‘아이돌판 마블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귀띔했다.
GF엔터테인먼트는 ‘비의 왕국’ 아서를 시작으로 ‘구름의 왕국’, ‘눈의 왕국’, ‘변화의 왕국’, ‘미의 왕국’, ‘벚꽃의 왕국’, ‘태양의 왕국’ 등 7개의 왕국에 대한 세계관을 풀어낼 예정이다. 내달 1일 미니 2집 ‘히스토리 오브 킹덤 : 파트 2. 치우’ 발매를 예고한 가운데, 킹덤이 두 번째로 선보일 ‘구름의 왕국’과 치우는 어떤 모습일지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