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은 통한다…김순옥·문영남·임성한이 입증한 드라마 공식
by김가영 기자
2021.03.17 06:00:00
"막장 작가, 자신의 강점을 트렌디하게 풀어내"
김순옥·임성한·문영남, 결 다른 3색 막장
"막장도 연구 필요해"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한동안 뜸했던 막장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막장계 대모’라 불리는 김순옥, 문영남, 임성한 작가가 주말 안방극장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갈리지만, 세 드라마는 모두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장극의 여전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막장계 대모’ 3인방의 활약에 대해 “방송 시작 전부터 자극적인 드라마에 대한 우려섞인 기대들이 있었다”라며 “결과적으로 각 작가들은 자기 색깔들, 잘하는 강점을 잘 가져오며 동시대에 맞는 트렌디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고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자극적인 소재와 비현실적인 대사들이 오가는 ‘막장’도 각각의 결이 다르다. 김순옥 작가는 다이내믹한 사건 중심, 스피디한 극 전개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불륜, 살인, 출생의 비밀, 배신 등의 자극적인 사건들로 응집된, 김순옥 작가의 특색이 잘 담긴 드라마다. 점점 더 자극적인 장치와 전개들이 이어지지만, 그럴수록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높아지고 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대사 중심이다. 한 장면 안에서 등장인물들의 길고 긴 대화들이 상황을 설명해주고 캐릭터의 특징을 구축한다. 6년만에 복귀작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이 같은 임 작가의 성향을 따르지만, 이번에는 사건을 역순으로 배치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세 남편의 불륜을 먼저 보여주고, 그 불륜이 얽힌 사연들을 회상으로 풀어가며 전략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KBS2 ‘오케이 광자매’는 문영남 작가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희생을 하는 캐릭터, 그리고 이 캐릭터를 몰아세우는 ‘뻔뻔한’ 캐릭터들이 섞이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화를 돋우며 시청률을 높이는 문영남 작가의 전술이 잘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서는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을 넣으며 ‘추리’라는 장치까지 더했다. 정 평론가는 “가족극 안에서 자극적인 포인트를 가지고 가며 드라마에 힘이 들어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펜트하우스’는 최고 시청률 28.8%(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막장극’의 주 시청층이었던, 주부세대뿐 아니라 젊은 층의 취향까지 저격하며 안방극장을 주도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TV조선이라는 채널을 선택, 다소 올드한 드라마의 성향과 채널 주 시청층의 시너지를 내며 최고 시청률 9.7%를 기록하며 같은 채널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오케이 광자매’ 역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KBS 주말극으로 편성되며 2회 만에 26%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예고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막장극의 인기가 코로나19 장기화와도 관련이 있다며 “시청자들이 심적으로 힘들다 보니 본능적인 것에 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분노를 대리표출해주는 캐릭터들이 특히 사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평론가는 OTT를 통해 해외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는 것도 ‘막장 드라마’의 대중화에 도움이 됐다며 “OTT로 해외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수위·표현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 표현 안에서 막장 스토리, 방식도 그렇게 막장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드라마가 취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이제는 ‘이런 드라마도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막장’이라고 모든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이름 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8회에서 최고 시청률 9.7%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을 했고 8%대 시청률에 머물다 8.8%로 시즌1 종영을 했다.
김 평론가는 막장 드라마도 트렌디하게 움직어야한다며 “작가들도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려고 하면 안 된다”면서 “구성상으로는 편집, 장면 전환, 등장인물의 직업군, 패션스타일 이런 것들 다 포함해서 연구를 해야 한다. 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진과 호흡도 맞아야 하고 연출도 작가의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드라마를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